'삼성 세 모녀' 상속세 내려고…18개월간 계열사 주식 3.3조 팔았다

CEO스코어, 대기업 71곳 오너일가 처분·취득 규모 조사
오너일가 전체 주식 처분 규모의 66%가 삼성 세 모녀 차지

(CEO스코어 제공)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최근 1년 반 새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의 계열사 주식 매도 규모가 5조 원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속세를 분할 납부 중인 삼성가(家) 세 모녀가 전체 규모의 66%를 차지했다. 오너 일가의 계열사 주식 취득 규모는 매각 규모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1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올해 지정 대기업집단 88곳 중 총수가 있는 71곳을 대상으로 오너 일가의 계열사 주식 처분·취득 규모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8개월간 오너 일가의 주식 처분 규모는 5조 67억 원으로 집계됐다.

개인별로 보면 삼성가 세 모녀가 주식 처분 규모 1~3위에 올랐다. 삼성전자 주식 1조4052억 원어치를 처분한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1위다.

2위인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은 삼성전자(005930)·삼성SDS(018260)·삼성물산(028260)·삼성생명(032830) 등 1조 1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팔았다.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은 삼성전자와 삼성SDS(1713억 원) 등 계열사 주식 7606억 원을 처분해 3위를 기록했다.

이들이 판 지분 규모는 3조 3157억 원에 달한다. 세 모녀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사망 이후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약 12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4위는 현대백화점(069960) 지분 1809억 원어치를 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다. 정지선 회장은 지주사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1359억 원의 주식을 처분해 5위를 차지했다. 형제간 계열 분리에 나선 효성(004800)그룹이 지주사를 분리한 가운데 조현상 부회장은 쥐고 있던 효성중공업(298040) 지분을 매도했다.

반대로 대기업 오너 일가의 주식 취득 규모는 매각 규모의 25% 수준인 1조 1623억 원에 그쳤다. 현대백화점, OCI(456040), 동국제강(460860) 등 세 그룹이 그중 약 60%를 담당했다.

현대백화점 오너 일가의 주식 취득 규모가 3222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OCI(1938억 원), 동국제강(1818억 원) 순이었다. 세 그룹은 지주사 체제 전환과 계열 분리 등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는데, 이에 따른 유상증자, 공개매수청약 등의 영향으로 주식 취득 규모가 컸다.

대기업 오너 일가의 지분 상속·증여 규모는 1조 2134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주식이 상속·증여된 오너 일가는 효성그룹이다. 고 조석래 명예회장이 소유했던 효성·효성중공업 등 계열사 5개사 주식(7880억 원)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에게 상속됐다. 조 회장은 6135억 원어치의 4개 계열사 지분을, 조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298050) 주식(1745억 원)을 각각 상속받았다.

3세 승계를 준비 중인 한솔그룹이 두 번째로 많은 상속·증여를 단행했다. 조동혁 한솔그룹 회장은 787억 원의 한솔케미칼(014680) 지분을 장녀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에게 신탁했다.

아모레퍼시픽(090430)그룹이 뒤를 이었다. 서경배 회장은 차녀 서호정 씨에게 주식 631억 원어치를 증여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