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X 냄새 맡는 수의사…"하느님 감사합니다" 외친 이유[펫피플]

[인터뷰]박소영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장질환센터장

박소영 수의사가 반려동물의 장질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변 냄새를 맡고 있다(고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하느님, 감사합니다."

박소영 수의사가 반려견들의 변 냄새를 맡고 종종 외치는 말이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 난치성장질환센터장인 박소영 원장은 반려동물의 장질환을 책임지고 치료하는 수의사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조차 변 냄새를 멀리하지만 그는 달랐다. 변 냄새로 장건강을 확인할 때도 있어서 변은 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박소영 원장은 15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장질환, 특히 설사는 동물병원의 진료항목 중 5위 안에 든다고 밝혔다.

박 원장에 따르면 장질환은 방귀 점액변, 꾸룩거리는 소리, 식욕 부진, 체중감소를 동반한 급성설사, 만성설사 등이 있다. 분류법도 여러 가지고 원인도 다양하다.

설사 증상은 가만히 두면 완화되기도 한다. 사료를 바꿔서 괜찮아지기도 하고 유산균만 처방해도 좋아지기도 한다. 다행히 큰 조치 없이 상태가 괜찮아지면 박 원장은 안도한다고.

그는 "어떤 환자(환견, 환묘)가 염증성장질환을 앓고 있는지,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요인을 갖고 있는지, 종양이 발병했는지 분간이 어려울 때도 많다"며 "상태에 따라 지사제를 줄지, 유산균이나 스테로이드를 줄지, 항암제를 투약할지는 얼굴만 봐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람과 달리 자신의 상태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동물들이기에 검사는 필수다. 소변검사, 혈액검사부터 엑스레이,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장생검(조직검사)도 해야 정확한 검진 후 제대로 된 처방이 가능하다.

박 원장은 자신 또한 11마리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반려인이다. 누구보다 보호자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진료를 잘 보고 싶은 마음이지만 시행착오를 거칠 때도 있다.

그는 "생각보다 모든 검사들은 한번에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지 않을 때가 많다"며 "계속 검사를 하다보면 시행착오를 거치고 보호자 분들도 걱정을 많이 한다. 검사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보호자만큼 수의사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줄기세포치료센터-난치성장질환센터 ⓒ 뉴스1 최서윤 기자

장질환에 대한 좀 더 정확한 검사와 치료를 위해 만든 것이 청주 24시 고려동물메디컬센터의 난치성장질환센터다.

박 원장은 "반려동물 난치성장질환은 치료가 힘들지만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려보고자 센터를 만들게 됐다"며 "환자가 온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년 치료 경험이 쌓이면서 더 많은 케이스와 다양한 예후를 가진 환자들을 계속 만나다 보면 오히려 걱정이 늘어난다"며 "강아지가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현실상 쉽지 않으니 직접 대면하고 검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최근 복수가 차 체중이 급격히 증가한 강아지의 단백소실성장병증(PLE)을 치료한 바 있다. 장질환센터를 통해 조직검사를 하고 정확한 진단을 내려 치료받고 회복된 사례였다.

그는 "그동안 많은 반려동물을 치료하면서 치료가 잘 된 경우도 있고, 마루와 같이 하늘나라로 떠난 경우도 있었다"며 "마루를 치료할 때 알게 된 것을 잊지 않고 더 많은 아이들을 살려보겠다고 보호자 분과 약속도 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환자를 포기하지 않고 보호자를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수의사의 역할"이라며 "난치성질환을 다뤄보겠다고 마음먹은 수의사는 어깨가 무겁고 가는 길이 외롭지만 묵묵히 이 길을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해피펫]

박소영 수의사와 반려견(고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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