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석유' 리튬값 떨어지니…배터리·소재사 "이참에 광산째로 사자"
7월 리튬 시세 ㎏당 87.5위안, 3개월 전 대비 19% 하락
리튬 광산, 채산성 확보 비상…우량자산 매물 등장 가능성 높아져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배터리·소재 업계가 실적 부진이란 악재에도 필수 광물인 리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리튬 시세 하락으로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리튬 업체들이 몸값을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어서다. 국내 기업들은 '하얀 석유'로 불리는 배터리 핵심 광물을 저가에 매입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투자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14일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이달 탄산리튬의 ㎏당 평균 가격은 87.5위안으로 지난 4월(108위안) 대비 18.9% 하락했다.
리튬 시세는 지난 2022년 11월 571위안까지 치솟았다. 불과 2년 전(37.5위안)과 비교하면 무려 15배 상승했다. 전기차 산업의 급성장과 공급 부족 현상이 맞물렸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유럽 국가의 보조금 폐지 정책 발표 이후 시세는 급락했다.
국내 배터리·소재 업계의 실적은 리튬 가격 하락세와 동반 추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9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6% 줄었다. 미리 비싼 가격에 구입한 원재료로 생산한 제품을 현 시세에 맞춰 판매하는 역래깅 효과 때문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전반적인 수요가 줄었다는 점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양극재 업계 분위기도 비슷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247540)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은 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포스코퓨처엠(003670)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08억 원이다. 전년 동기(521억 원) 대비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연초 이후 이어진 광물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이 판가에 반영됐다"며 "셀 출하량이 증가했지만 역래깅 효과가 매출 상승을 가로막았다"고 말했다.
배터리·소재 업계는 실적 악화라는 악재에도 광물 확보엔 통 큰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리튬 업체들이 시세 하락으로 채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우량 자산을 시장에 내놓고 있어서다. 결국 전체적인 시장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시기다. 이때 예년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리튬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달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 리튬 광산 업체 라이온타운(Liontown Resources)에 34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SK온도 지난달 미국 엑손모빌(Exxon Mobil)과 리튬 공급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미국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은 배터리 핵심 소재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염호를 인수하고 리튬 채굴을 시작했다.
포스코그룹은 남미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정기섭 포스코홀딩스(005490) 사장이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직접 방문하고 정부 관계자에 협력을 당부했다.
업계에선 리튬 공급망 다변화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리튬의 중국 의존도는 70% 이상이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을 위해서라도 공급망 확대는 필수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 중 부품·소재 원산지 조건을 만족하는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광물 가격 하락은 우량자산을 저가에 매입할 기회"라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 투자해 IRA 혜택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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