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 한창인데…"라인 세우자" 공장 도는 '억대 연봉' 삼성 노조

전삼노 무기한 총파업…8인치 생산라인 찾아 동료들에 동참 독려
HBM·EUV 사업장서도 '생산 차질' 시도 예정…외신 "칩 산업 전반 영향 우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중노출) 2024.7.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삼성전자(005930)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목표로 내건 '반도체 생산 차질'을 위해 본격적인 결집에도 나섰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칩 워(Chip war)'가 한창인 데다 업황이 회복기에 접어든 시기에 반도체를 볼모로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업계와 전삼노 등에 따르면, 전삼노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8인치 생산라인에 집결해 총파업 동참 홍보에 나섰다. 레거시 반도체를 생산하는 이곳은 자동화가 덜 돼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12일에는 평택캠퍼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공정 직원들을 상대로 파업 동참을 호소할 예정이다. HBM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메모리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최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노리고 홍보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15일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중 가장 최첨단인 EUV(극자외선) 파운드리가 있는 화성캠퍼스 H3 지역을 찾는다. 핵심 공정 직원들을 독려해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전삼노는 "파업이 길어질수록 사측은 피가 마를 것이며 결국은 무릎을 꿇고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생산 차질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할 계획"이라며 "노조와의 대화 재개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업 근태' 지침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파업에 참여하는 직원은 파업 근태를 상신해야 무단결근 처리되지 않는데, 노사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신청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고 주장하며 독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삼노의 무노동·무임금 파업 선언 이후 인사란에 파업 근태 항목을 신설했다. 파업 근태를 상신하면 당일 임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7.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전삼노는 2차 총파업을 선언하며 △전 조합원 노조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 △성과급(OPI·TAI) 제도 개선 △무임금 파업으로 발생한 모든 조합원 경제 손실 보상 등을 내걸었다.

특히 노조가 요구하는 평균 임금 인상률은 앞선 삼성전자 노사협의회 결정에 따른 성과 인상률(2.1%)을 합하면 5.6%다. 줄곧 주장했던 6.5% 인상보다는 낮아졌다.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에서 평균 임금 인상률을 5.1%(기본 인상률 3.0%+성과 인상률 2.1%)로 정한 바 있다.

전삼노의 무기한 총파업은 치열한 글로벌 AI 반도체 전쟁 속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의 총파업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미중 경쟁 심화와 지정학적 문제를 헤쳐 나가는 와중에 발생했다"며 "파업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응할지는 불확실하지만 파업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삼성전자에 피해를 주거나 회복 중인 기술 및 칩 산업 전반에 걸쳐 유사한 영향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등을 시작한 실적에도 향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총파업 소식이 외신 등에 보도돼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경우 기세가 다소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시장의 예상을 2조 원 이상 훌쩍 넘는 10조 4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귀족 노조의 파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은 1억 2000만 원이다. 전삼노 조합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DS 부문의 올해 상반기 성과급은 최대 기본급의 75%로 가장 높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