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환원' 명분 붙여 공 넘긴 조현문…효성 삼형제 '화해' 가능성은

조현문 "상속재산 처분해 공익재단 설립" 형제들 협조 요청…조현준·현상, 입장 유보 중
"9월 말 데드라인 땐 유류분 소송 불가피" 압박…또 다른 '형제 갈등' 우려도

'형제의 난'으로 가족과 의절한 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스파크플러스에서 부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산 상속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7.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효성가(家)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상속재산 전액의 사회 환원 계획과 함께 형제간 갈등을 끝내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 형제들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은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유보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상속 절차를 둘러싼 형제간 신경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지난 5일 조 전 부사장의 기자간담회 직후 "가족들(조현준 회장·조현상 부회장)은 말로만이 아닌 진정성을 가지고 가족 간에 평화와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근본적·실질적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 같다"는 입장을 밝힌 뒤 추가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선친인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이 유언장을 통해 남긴 상속재산을 모두 공익재단에 출연해 국가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익재단 설립에 공동상속인인 형 조현준 회장과 동생 조현상 부회장의 협조를 구했다.

조 명예회장이 조 전 부사장에게 남긴 상속재산은 상장사 지분 효성티앤씨 3.37%, 효성중공업 1.50%, 효성화학 1.26%다. 이를 최근 4개월 평균 평가액으로 환산하면 885억 원 규모다. 여기에 비상장사 지분 등을 포함하면 상속재산은 1000억~12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간의 이목이 먼저 쏠린 곳은 '상속세'였다. 현행법상 30억 원이 넘는 상속재산에 대해선 세율 50%가 적용된다. 조 전 부사장이 500억~600억 원의 상속세를 감면받기 위해 '공익재단 설립'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공동상속인이 공익재단 설립에 동의하면 재산에 출연하는 재산은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특히 조 명예회장이 조 전 부사장의 상속 조건으로 '상속세를 선납하라'는 취지의 유언을 남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해석에 무게를 더했다. 일각에선 조 전 부사장이 재단을 사유화하려는 계산도 깔린 것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왔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선의(善意)를 곡해하려는 의도"라며 즉각 반박했다. 조 전 부사장이 재산상 이익을 얻으려 했다면 사회 환원을 결정했을 리 없고, 상속세를 부담해도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한 '세금 감면 프레임'은 어불성설이란 주장이다.

조현상 대한상의 한·베트남 경제협력위원장(효성그룹 부회장, 오른쪽)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이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2024.7.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조 전 부사장 측 법률대리인은 통화에서 "(조현준·조현상) 형제들이 (공익재단 설립에) 동의해 주면 1000억 원 규모 재단을 설립하는 것이고, 동의를 안 해주면 상속세를 내고 500억~600억 원 규모 재단이 되는 것"이라며 "공익재단을 설립하겠다는 의지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어 "공익재단은 설립도 까다롭지만, 운영과 기금 지출은 더 엄격한 법적 감시를 받게 된다. 100원도 허투루 쓸 수 없는 구조"라며 "상속세 감면을 받으려고 공익재단을 설립한다는 시각은 매우 악의적"이라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관련 입장 발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 측은 공익재단을 통해 효성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석에 대해서도 "상속 몫 (효성그룹) 계열사 지분을 현금화한 후 효성과 별개의 재단을 설립하겠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 전 부사장도 간담회에서 "저의 가장 큰 희망은 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며 경영권에 관심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조 전 부사장의 진정성을 일단 선의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덕산 한국공익법인협회 이사장은 "미술재단이 아닌 일반적인 공익재단은 (사유화) 수단이 거의 없고 관리감독도 철저한 편"이라며 "재단 이사회도 재산을 출연한 사람(조 전 부사장)이 선임하기 때문에 형제간 경영상 분쟁 가능성도 없다"고 했다.

일단 조 전 부사장이 '사회 환원'을 명분으로 삼아 효성그룹에 공을 넘긴 모양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상속세 신고 기한인 9월30일 전까지 형제들의 답변이 없을 경우 유류분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효성가 삼 형제의 10년 반목이 '상속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상속법상 유언장은 상속보다 우선하지만, 상속재산이 유류분보다 적을 경우엔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조 전 부사장이 받은 상속 몫은 유류분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가사소송 전문인 임세준 변호사는 "조 전 부사장 측이 유류분 소송을 고려한다면 상속 재산이 유류분보다는 적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했다.

조 전 부사장 측 관계자는 "형제들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상당한 시간을 기다리겠지만 상속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을 넘기면 불가피하게 유류분 소송 등 법적 절차로 갈 수밖에 없다. 9월이 데드라인"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