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전기차 '빅뱅'…"K-산업 생존전략·미래비전 필요"(종합2보)

[NFIF 2024] "기술 확보하고 국제관계 고려해 대응"
"인프라 구축 중요…인재 확보와 인력 수급도 과제"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뉴스1 미래산업포럼(NFIF) 2024'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석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공동위원장,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영섭 뉴스1 대표,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이영규 현대자동차그룹 부사장, 윤종덕 삼성전자 부사장. 2024.7.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반도체·전기차 등 도전받는 'K-산업'의 위기를 해소하려면 생존 전략과 미래 비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관·학이 힘을 모아 한국 주력산업의 근육을 키울 기술 우위를 점하고 국제관계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대응을 비롯해 인프라 구축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인재 확보와 인력 수급이 시급한 과제라는 데에도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뉴스1은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도전받는 K-산업 : 미로에서 출구 찾기'를 주제로 '뉴스1 미래산업포럼(NFIF) 2024'를 개최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산자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원이 의원, 산자위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김종석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영섭 뉴스1 대표이사는 개회사에서 "글로벌 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 주력 산업의 현 위치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변화하는 트렌드를 기반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특히 '글로벌 칩워' 속 K-반도체의 생존 전략과 글로벌 전기차 다크호스로 떠오른 중국의 위상과 연말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미중 패권 경쟁 변화상의 점검이 필요하다"며 "탈탄소 물결을 맞닥뜨린 또 다른 주력 산업인 조선·화학 분야의 대응 전략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이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뉴스1 미래산업포럼(NFIF) 2024'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4.7.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이철규 의원은 축사에서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경쟁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대항전으로 치닫고 있다"며 "대한민국 산업 발전을 위해 제도적 뒷받침을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원이 의원은 최근 민주당 산자위 소속 의원들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방문한 일을 언급하고 "'전력이 부족하고 전력망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특히 탄소 중립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부족을 큰 어려움으로 호소했다"며 "산업 최전선에서 전사들이 잘 싸우도록 뒷배가 되겠다"고 했다.

김성원 의원은 "(서방이) 디리스킹 차원에서 자국 중심의 산업 정책을 추구하고, 공급망을 블록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K-산업은 어떻게 출구를 찾아야 하고, 어떻게 세계로 나가야 할지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종석 규개위원장은 "시행 5년 차를 맞은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규개위는 신산업 규제는 명시적 금지 규정이 없으면 원칙적 사업허가 내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도 "우리 기업이 현재의 경쟁력을 잃지 않고 미래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별 기업의 체질 개선 노력과 함께 정부 및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과 기업 친화적인 환경 조성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전 장관은 "반도체·AI 위원회를 세우고 데이터 센터 설립, 반도체 제조, 클라우드 기술 등을 점검해야 한다"며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인 전력 비용을 낮추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가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뉴스1 미래산업포럼(NFIF) 2024'에서 'K-반도체가 살 길'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4.7.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본격적인 포럼의 문은 반도체 세션으로 열었다.

기조연설을 맡은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구도가 재편되고 있는 만큼 한국도 기정학(技政學)적, 기술적, 전략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대응 방안으로 △미국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 핵심 파트너로 참여 △경기 남부권 '메가 팹'에 전력, 산업용수, 도로망 등 인프라 구축 △신재생 에너지 기반의 전 공급망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AI 전용 메모리 기술 선도 등을 제시했다.

박철민 삼성전자 어드밴스드패키징(AVP)사업팀 상무는 특별강연에서 "AI 기능을 갖추게 되는 PC와 스마트폰 시장은 훨씬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로 AI 시장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어드밴스드 패키징을 통해 2.5D 기술로 반도체 칩을 만들면 기존 칩보다 집적도가 100~1000배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3D 기술을 적용하면 2.5D 대비 성능이 다시 100~1000배 향상되고 전력 효율도 개선된다.

박철민 삼성전자 어드밴스드패키징(AVP) 사업팀 상무가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뉴스1 미래산업포럼(NFIF) 2024'에서 삼성전자 반도체의 여정과 어드밴스드 패키징의 가능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4.7.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박준영 산업인류학연구소 소장은 이어진 강연에서 "반도체 산업이 소재, 부품, 장비 등 다양한 산업이 어우러져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소재, 부품, 장비, 엔지니어들을 다 통합한 다음 적절한 투자와 전략을 통해 반도체 산업이 연결되어야 강자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영선 전 장관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특별대담 '박영선의 칩톡'에서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전력 공급과 인력 수급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라는 의견이 나왔다. 특별대담에는 권석준 교수, 박준영 소장,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이 참여했다.

권 교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만 20GW"라며 "원자력 발전으로 (전력을 공급하려면) 지금 액션을 취해야 하며 이를 배제할 거면 신재생에 엄청나게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박 소장은 "2027년까지 필요한 반도체 인력이 30만 명 정도로 예상되는데 현재 양성 기준으로는 7만 7000명이 부족하다는 통계가 있다"며 "특히 반도체 소재나 장비 유지보수를 중심으로 하는 인력도 생각보다 많이 필요한데 기존 산업의 전환이나 숙련도에 따라 퇴직자를 활용하는 등 다방면의 수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하니 여러 가지 정책이나 산업 발전을 위해 자원을 모을 때 국민의 반감을 사는 부분이 있다"며 대기업 중심의 반도체 산업 구조에서 스타트업도 함께하는 건전한 반도체 생태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전 장관도 "반도체는 대기업 한 두군데만 할 게 아니라 여러 스타트업이 뭉쳐 생태계를 만들어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부터)이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뉴스1 미래산업포럼(NFIF) 2024'에서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 박준영 산업인류학연구소장,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과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2024.7.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두 번째 세션 '미국·중국발(發) 위협'에서는 전기차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과 이에 따른 자동차 패러다임의 전환, 미국 대선 이후 통상 불확실성 등을 다뤘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중국의 자동차 산업 생산능력은 약 4000만 대로 이 가운데 승용차는 2000만 대에 달한다. 중국 자동차가 쏟아져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원장은 중국산 자동차 공세에 대응하려면 미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확대와 미래차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진수 현대차그룹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은 "최근 자동차 업계는 전동화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두 축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자동차 아키텍처는 향후 10년이 과거 100년보다 더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 대선 결과가 미칠 국제 통상환경 변화와 관련해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중 갈등은 더 세질 것"이라며 "통상 압박 차원을 넘어선 통상 쓰나미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나 통상 정책 기조를 섞은 하이브리드 통상정책 기조가 나올 것"이라며 대비 필요성도 제언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왼쪽부터),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양진수 현대차그룹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이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뉴스1 미래산업포럼(NFIF) 2024'에서 미중 변수에 따른 대응방안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2024.7.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세 번째 세션에서는 글로벌 의제로 떠오른 탈탄소에 대한 조선·석유화학업계의 대응을 소개했다.

성영재 HD한국조선해양 탈탄소선박연구랩 부문장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와 친환경 기술 경쟁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훨씬 커질 수 있다"며 K-조선이 우위를 가진 '친환경·자동화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해 민관 차원의 총력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업계는 '중국의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 조선업계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친환경 탄소저감 기술과 자율운항기술 등 미래 기술의 선점 △조선소의 디지털 전환(DX) 가속화 △차세대조선산업법 등 법·제도 정비가 삼박자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종필 LG화학 지속가능전략팀장은 "환경 이슈가 가져올 공급망 변화, 기후 변화가 조만간 글로벌 리스크에서 최상위로 꼽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배터리 제조업체와 석유화학업체의 조속한 탈탄소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팀장은 탄소 배출 감축 방안에 대해 "(공정) 내부적으로 석탄을 쓰는 유틸리티들을 빠르게 전환해야 하고 썩지 않던 플라스틱을 자연스럽게 썩게 하거나 리사이클 비중을 늘려서 친환경 사업으로 변화해야 하는 게 석유화학 산업의 미래"라고 덧붙였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