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수 현대차그룹 실장 "中 전기차 막강 경쟁력, 中정부 생태계 구축 결과물"

[NFIF 2024]"자율주행 등 車 가치 기준 변화…전동화 다음은 스마트화"
"전동·스마트화, 레거시 브랜드 경쟁력 약화"

양진수 현대차그룹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이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뉴스1 미래산업포럼(NFIF) 2024'에서 미중 변수에 따른 대응방안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2024.7.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가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배경은 중국 정부의 전후방 산업 생태계 구축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양진수 현대차그룹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은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도전받는 K-산업 : 미로에서 출구 찾기'를 주제로 열린 '뉴스1 미래산업포럼(NFIF) 2024'에서 '자동차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양진수 실장은 최근 자동차 업계는 전동화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두 축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 아키텍처는 향후 10년이 과거 100년보다 더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전기차 시장 수요가 주춤하는 '캐즘' 구간에 빠졌지만, 탄소중립이라는 측면에서 전동화 전환은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다만 전기차 수요층이 과거 혁신을 우선하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초기 수용자)에서 얼리머저리티(early majority·조기 다수자)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보다 저렴한 가격의 전기차 출시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양 실장은 "전기차는 배터리팩과 파워일렉트릭(PE)시스템 등으로 원가 비중이 높아 기존 방식으로는 비용 혁신을 이루기는 어렵다"면서 "기가캐스팅 등 새로운 방법으로 (원가 절감을 위해) 도전하고 있고, (원가 절감이) 해결되면 전기차 수요 증가는 다시 본궤도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SDV는 전동화를 만나면서 자동차의 가치 기준이 달라질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양 실장은 "내연기관 시대에는 안전이나 출력, 연비, 품질 등 하드웨어적 요소가 중시됐다면 SDV 시대에는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등이 핵심 가치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DV로 구독 서비스 형태도 가능해 비즈니스 모델도 과거 생산에서 제조, 판매로 이어지는 전통 방식에서 변화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양 실장은 중국 전기차 업체가 전동화와 SDV 물결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했다.

우선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 업체는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압도하고 있다고 봤다. UBS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BYD의 씰은 중국에서 2만 5100달러로 판매하면서도 5%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반면 동급인 폭스바겐 ID.3는 씰보다 훨씬 비싼 3만 9500달러로 팔고 있지만, 수익성은 -1%다.

양 실장은 "중국 정부가 지난 10년간 원자재부터 배터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 미래 자동차를 위해 지원하면서 관련 생태계가 완벽하게 구축됐다"고 말했다.

양 실장은 현재 중국 전기차 수출 확대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를 긴장시키지만 향후 화웨이와 샤오미 등 ICT 업체의 스마트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라이다와 증강현실 등 티어1 부품사 역할을 한 화웨이는 스마트카 종합 솔루션 단계를 넘어 완성차 OEM과 제품 기획부터 서비스까지 전방위적으로 제휴하고 있다"며 "예의주시할 만한 경쟁자"라고 말했다.

이 밖에 그는 내연기관 시대 약점으로 꼽힌 중국 완성차 브랜드 경쟁력도 전동화와 스마트화를 거치면서 무색해질 것이라고 봤다.

양 실장은 "레거시 업체의 브랜드 경쟁력도 전동화 전환기에 허물어질 수 있다"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중국 업체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동화 시대에 원가 혁신과 SDV 전환 시도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지금은 정답이 없는 시기로 새로운 길을 만드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