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불황' ESS로 뚫는다…LG엔솔·삼성SDI, 라인업 확대 '잰걸음'
LG엔솔, LFP셀 적용 ESS 선봬…삼성SDI, SBB 신제품 첫 공개
시장 장악한 中 공습은 숙제…"프리미엄 기술력으로 승부"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저가의 보급형 배터리(LFP)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Chasm) 여파로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크게 줄자, 대안 시장으로 부상한 'ESS 시장'을 둘러싼 각축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는 19~21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서 부스를 열고 자사의 최신 ESS 모델과 리튬인산철(LFP) 셀을 탑재한 신규 라인업을 나란히 선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그 이상의 고객가치'를 주제로 LFP 셀을 적용한 첫 주택용 ESS 제품 '엔블록(enblock) E', LFP 롱셀 기반 전력망 ESS '뉴 모듈라이즈드 솔루션'(NMS) 등 다양한 ESS 포트폴리오 라인업을 공개했다.
'엔블록 E'는 모듈식으로 팩을 간편하게 끼워 넣어 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팩을 최대 5개 장착해 15.5킬로와트시(kWh)까지 용량 확장이 가능하다. 사전 조립된 완제품으로 운송되며 실내외 어디든 15분 내에 설치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발전소나 송배전망 등에 설치되는 전력망용 중대형 ESS 제품도 선보였다. 특히 고용량 LFP 롱셀 JF2 셀을 활용한 신제품 'NMS'는 올해 인터배터리 유럽에서 최초 공개했다.
삼성SDI는 올해 행사에서 '삼성 배터리 박스(SBB) 1.5'를 처음 공개했다. SBB는 SBB는 삼성SDI의 '프리미엄 ESS' 모델로, 20피트 컨테이너에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 셀과 모듈, 랙을 설치한 제품이다.
'SBB 1.5'는 지난해 선보였던 SBB보다 37% 확대한 5.26메가와트시(MWh)급 용량을 구현했다. 또 직분사시스템의 열 전파 차단 효과를 '모듈내장형 직분사'(EDI) 기술로 대폭 향상해 화재 예방 및 확산 방지 기능을 강화했다.
삼성SDI는 ESS용 LFP 배터리를 탑재한 셀 라인업 전략도 공개했다. 오는 2026년부터는 ESS용 LFP 배터리를 양산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NCA 배터리에서 NCA·LFP로 라인업을 늘려 시장 수요에 대응한다는 '투트랙 전략'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일제히 'ESS·LFP' 키워드를 앞세운 것은 당분간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전망에서다. 반대로 ESS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고속성장을 기록 중이다. '캐즘 밸리'를 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에 ESS 시장은 유일한 돌파구인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ESS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7% 늘어난 400억 달러(약 54조 7200억 원) 수준까지 늘어나고, 오는 2035년에는 800억 달러(약 109조 4240억 원)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럽 시장은 놓칠 수 없는 '블루오션'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유럽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7기가와트시(GWh)에서 2030년 76.6GWh로 6배가량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ESS 시장을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은 넘어야 할 과제다. 5년 전만 해도 ESS 시장은 한국 기업이 점유율 60% 이상 차지했던 텃밭이었지만, 현재는 중국의 LFP 배터리에 밀려 10%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의 수입 관세를 7.5%에서 25%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중국의 '유럽 공략'은 더 빨라지고 있다. 중국 화웨이는 올해 인터배터리 유럽 ESS 전시장에서 초대형 부스를 차리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EV(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면서 전 세계 배터리 업체들이 ESS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며 "국내 업계가 전기차용 배터리에 무게를 싣는 사이 중국이 ESS 시장을 장악했지만, 기술력에서는 K-배터리가 앞서 있어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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