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러시아 리스크' 터졌다…'4.9조 발주' 러 조선사, 돌연 계약해지 통보

러시아 즈베즈다 "삼성重, 계약불이행…선수급 1조에 지연이자 내라"
삼성重 "즈베즈다, SDN 지정돼 거래 봉쇄…싱가포르 중재법원에 제소"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삼성중공업 제공)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삼성중공업(010140)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대러 제재의 유탄을 맞았다. 전쟁 발발 전 러시아 선주사로부터 따낸 4조 8500억 원 규모의 수주 건이 대러 제재로 봉쇄되자, 선주사가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대러 제재로 거래가 원천 봉쇄됐던 사안"이라며 싱가포르 중재법원에 제소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12일 자율공시를 통해 2020년과 2021년 러시아 즈베즈다(ZVEZDA) 조선소로부터 수주했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0척과 북해용 셔틀탱커 7척과 관련해 "선주사가 협상 진행 중 일방적으로 계약불이행을 주장하며 계약 해지 통보 및 기 납입 선수금 8억 달러(약 1조 1012억 원)와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 지정된 선주사(즈베즈다)와 어떠한 자금 거래도 불가한 상황"이라며 "당사는 금번 선주사의 계약해지 통보는 부적법하므로 싱가포르 중재 법원에 제소해 계약 해지의 위법성 및 반환 범위 등을 다투는 한편 협상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두 회사의 분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인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즈베즈다로부터 22척(쇄빙선 15척·쇄빙셔틀탱커 7척) 건조 계약을 연달아 따냈다. 계약금 총액만 57억 달러(약 7조 8400억 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수주였다. 이 중 5척은 무사히 건조를 마치고 선주사에 인도됐다.

문제는 남은 17척이었다. 2020년 11월 즈베즈다사는 삼성중공업에 쇄빙 LNG 운반선 10척에 대한 블록 및 기자재 공급계약을 수주했고, 2021년 10월에는 쇄빙 셔틀탱커 7척에 대한 블록 및 기자재 공급계약을 맺었다. 총계약금은 4조 8525억 원으로, 즈베즈다는 선수금 8억 달러를 지급했다.

하지만 건조 설계가 시작될 무렵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대러 제재가 시작됐고,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 즈베즈다를 SDN으로 지정하면서 '돈줄'이 꽉 막혔다. 삼성중공업은 일부 선박에 대한 설계만 진행하다 결국 지난 8월 제작을 중단하고 즈베즈다와 계약 유지 여부에 대한 협상을 이어왔다.

하지만 즈베즈다가 지난 11일 돌연 삼성중공업의 계약불이행을 주장하며 17척에 대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것이 삼성중공업의 설명이다. 회사 측은 "미국 정부가 선주사를 SDN으로 지정함에 따라 선주사와의 거래가 원천 봉쇄돼 선주사에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통지하고 협상을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싱가포르 중재법원에 제소해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선주사가 어떤 이유로 계약불이행을 주장했는지는 현재 파악 중에 있다"며 "중재를 통해 계약 해지의 위법성을 다툴 예정"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