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고객으로 캐즘 돌파"…LG엔솔 '고객가치 혁신' 힘주는 이유

전담팀 만들어 고객 목소리 상시 반영…"고객사 요청 땐 섬까지 사업팀 출장"
민원 해결하다 신제품 개발도…김동명 "귀 기울이고 작은 이슈도 해결하라"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LG에너지솔루션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섬 지역에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이트가 있는데 배터리를 다룬 경험이 없어 반입과 보관에 어려움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고객가치혁신 전담팀이 고객사로부터 신청받은 민원 사례다. 전담팀은 즉시 사업팀을 현지로 파견, 배터리 에너지 용량과 최대 보관 개수 등을 분석해 최적의 보관 창고를 마련해줬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을 초래하는 상품 및 서비스) 해결에 적극 나서며 차별화된 고객가치 내실화에 앞장서고 있다. B2B 기업이 놓치기 쉬운 고객서비스를 강화해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둔화)을 돌파할 기반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LG화학에서 분사한 직후 '고객가치혁신 전담팀'을 설치하고 회사 측과 거래하는 고객의 불편 사항을 관리하는 사내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임직원이라면 누구든 시스템에 고객 불편 사례나 제안 사항을 등록하고, 페인 포인트와 개선 내용을 조회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는 매년 4월마다 임직원들이 모여 고객가치 활동 사례를 공유하는 '고삐 풀린 날'을 진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고삐 풀린 날은 고객(고)의 페인 포인트(PP·삐)를 푼다는 의미로, 고객가치를 높여 지속적인 신뢰를 쌓아 나가자는 뜻이 담겼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 임직원들이 고객가치 활동 사례를 공유하는 '고삐 풀린 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이 고객가치에 힘을 주는 배경엔 차별화된 배터리 전 생애주기 관리 서비스(BaaS)를 제공, 기존 고객의 만족도는 물론 잠재 고객군 충성도를 높이겠단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우리 회사가 글로벌 선도 업체로 성장할 수 있던 이유는 고객의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 기울이고 고객이 원하는 작은 이슈 하나까지 해결하려는 끈기와 집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가치'를 향한 기본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부터 '고객가치실행력 자가점검 조사'를 실시하고, 우수 고객가치 혁신 사례를 발굴해 포상하는 등 고객가치 실현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뿐 아니라 폴란드 법인까지 고객가치혁신 전담팀이 파견돼 현지 교육을 할 정도다.

고객사의 페인 포인트를 개선하면서 얻은 인사이트로 새 제품을 출시한 사례도 적지 않다. 올해 인터배터리 어워즈 종합 대상을 수상한 '미드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Pure 100%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시 기존 노트북에 탑재하던 LCO(리튬코발트산화물) 조성 중심의 배터리가 가격이 높고 수명은 짧다는 고객사의 페인 포인트를 받고 업계 최초로 노트북 배터리에 미드니켈 Pure 100%를 적용했다.

NCM은 LCO보다 메탈가 변동성이 낮아 가격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니켈 함량을 40~60%로 줄인 미드니켈 기술로 단가를 더 낮췄다. 여기에 단결정 양극소재로 고전압 환경에서 전극의 장기 내구성을 확보한 기술이 호평받았다는 후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으로도 이러한 혁신 활동을 지속해 시장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고객가치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환경이지만 LG에너지솔루션만의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미래 더 큰 경쟁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