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그냥 의자 아닌 첨단기술 집약체…미래차 시트 개발 '심장부'

현대트랜시스 동탄시트연구센터, 연구진 500여명 기술개발 매진…현대차 외 리비안·루시드 등에도 공급
여수동 사장 "기술 내재화 필수 품목…글로벌 경쟁력 강화"

경기 화성시 동탄에 있는 현대트랜시스의 동탄시스연구센터 1층에 전시된 HTVM 24.(현대트랜시스 제공)

(화성=뉴스1) 이동희 기자 = 자율주행 차량이 커브 길에 접어들자 승객이 앉은 시트는 좌우로 부드럽게 움직였다. 차량은 속도를 내며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에 올라섰고, 시트는 릴랙스 모드로 자동으로 변경됐다. 이후 도로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하자 시트는 재빠르게 안전한 위치로 복귀했다.

지난 5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트랜시스의 동탄시트연구센터. 1층 홍보관 한쪽에는 이 같은 첨단 시트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차세대 모빌리티 'HTVM 24'(현대트랜시스 비전 모델 24)가 자리잡고 있었다. 현대트랜시스는 지난 4월 홍보관을 새단장해 개관했다.

HTVM 24는 토탈 모빌리티 공간 솔루션으로 현대트랜시스의 시트 기술력을 담은 전시품이다.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자율주행 환경에서 공간 활용 메커니즘을 한 눈에 보여주는 미래 모빌리티 공간이다.

강신정 시트모빌리티설계팀장은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략에 맞춰 시트에 소프트웨어 기술도 적용하고 있다"며 "외부 스타트업과 협업해 승객 생체신호 모니터링 기반의 웰니스 서포트 기능으로 승객의 건강 상태까지 체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 동탄에 있는 현대트랜시스의 동탄시스연구센터 1층 UAM 디자인 솔루션.(현대트랜시스 제공)

PBV(목적기반차량) 모듈러 시트와 UAM(도심항공교통) 디자인 솔루션 등도 눈길을 끌었다.

현대트랜시스는 기아가 2025년 출시하는 PBV 'PV5'에 시트를 공급한다. 해당 시트는 올해 초 CES 2024에서 선보인 PV5에도 적용됐는데 헤일링(호출형 승차공유) 서비스에 맞게 편리성과 안전성을 강조했다.

이 시트는 공간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트 등받이가 쿠션과 연동해 앞뒤로 전환되는 플립 기능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으며, 등받이와 쿠션을 직각으로도 세울 수 있어 공간을 보다 넓게 활용할 수 있다.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면서 차량이 생활 공간으로 다양한 콘셉트를 제공하는 시트 기술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동탄시트연구센터 전경.(현대트랜시스 제공)

◇'글로벌 3위' 현대차·기아와 함께 성장…작년 시트 매출액 4.4조

현대트랜시스는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로 2004년 자동차 시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 이후 현대트랜시스는 급성장했다.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의 일부 볼륨 모델에도 시트를 공급하고 있지만 제네시스 G90·G80, 현대차 그랜저, 기아 K9, EV9 등 고급 차종에 주로 납품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과 루시드 등 최근 현대차·기아가 아닌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시트를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3위에 오른 현대차·기아의 성장과 함께 현대트랜시스의 시트 사업 실적도 함께 올라갔다. 지난해 시트 사업 매출액은 4조 4000억 원으로 2019년 통합 출범 때보다 78% 증가했다.

프랑스의 포비아(Forvia), 미국의 리어(Lear)와 애디언트(Adient), 일본의 도요타방직(Toyota Boshoku)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가 발표한 시트 품질 만족도 조사에서 최근 4년 연속 톱 3에 오르기도 했다.

자동차 시트는 탑승자에게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주는 부품이다. 승차감은 물론 안전까지 책임지기 때문에 제작에는 인체공학, 디자인공학, 재료공학, 전자, 제어, 메커니즘 공학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수만 개의 부품 중 엔진 다음으로 시트가 비싼 이유다.

현대트랜시스 동탄시트연구센터의 슬레드 시험 모습.(현대트랜시스 제공)

◇동탄연구센터, 미래 모빌리티 시트 산실…"자율주행 시대, 내재화 필수 품목"

현대트랜시스 시트연구센터는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동시에 현재의 결과물도 만들어내는 장소다. 연면적 2만 7031㎡ 규모의 국내 최대 자동차 시트 전문 연구소로 현재 500여명의 연구진이 근무 중이다.

현대트랜시스는 시트연구센터에서 법규 기준 필수 시험을 포함해 180개 이상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진규 시트검증실장은 "시트 개발은 마치 두더지 잡기와 같다"며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곳에서 문제점이 발생해 개발에서 차량 적용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태진 시트시험팀 책임은 "테스트에만 3개월 이상이 걸리며 실제 차량 적용까지는 18개월이 걸린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현대트랜시스 동탄시트연구센터의 복합환경진동 시험 모습.(현대트랜시스 제공)

이날 시험 1·2동 건물 1층을 둘러보며 △시트 벨트 앵커리지 시험 △로봇 승강 내구 시험 △소음 시험 △슬레드 시험 △복합환경진동 시험 △파워내구 시험 △사이드에어백(SAB) 전개 시험 등 다양한 시설을 눈으로 확인했다.

이 가운데 승하차 시 지속해서 쓸리며 약해지는 시트의 내구성을 확인하기 위한 로봇 승강내구 시험은 50만회 이상을 반복한다. 인체모형을 시트에 앉히고 충돌시험도 진행하며, 영하 40도에서 영상 80도까지 구현한 환경에서도 테스트한다.

에어백 역시 안전 관련 주된 시험이다. SAB 전개 시험을 통해 충돌 시 시트에 장착한 사이드 에어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한다. 전체 테스트에만 3개월 이상이 걸리며 실제 차량 적용까지는 18개월 이상이 소요된다고 했다.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사장은 "자율주행 시대 자동차는 이동하는 생활 공간으로 실내 활용도가 중요해 기술 내재화가 필요한 품목"이라면서 "승객 안전과 법규를 만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