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발통'이 뭐냐고요?…과거 일본어 번역 잔재죠"[금준혁의 온에어]
한국교통안전공단 항공자격처 강상렬 연구위원
시험 풀던 조종사에서 시험 내는 연구위원으로 새출발
-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발통, 웃기는 말 같지만 지금도 쓰여요. 랜딩기어입니다."
강상렬 연구위원은 입사 후 제일 먼저 한 일로 시험 문제에 영어 표현을 병기한 것을 꼽는다. 그는 "대부분 항공 관련 책이 과거 일본어 잔재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라며 "시험을 보는 입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기 때문에 출제하는 입장이 됐을 때 모든 책을 뜯어고칠 수 없으니 원어라도 단 것"이라고 했다.
◇항공자격처, 항공종사자에겐 떼려야 뗄 수 없는 곳
한국교통안전공단은 항공안전법에 따라 국토교통부로부터 위탁받아 항공업무를 하기 위한 모든 국가자격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조종사, 정비사, 관제사, 운항관리사 등 항공 종사자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강 위원 역시 국적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경험을 살려 2018년부터 조종분야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공단에는 강 위원처럼 분야별 연구위원이 있다.
과거에는 연구위원들이 학과시험을 냈지만 이제는 공정성을 위해 외부위원이 출제한다. 외부위원이 출제하고, 감수한 후 통과한 문제는 문제은행에 저장되는데 연구위원의 검토를 거쳐 실제 시험에 나온다. 2010년부터는 종이 시험도 사라졌다.
강 위원은 "응시자별로 컴퓨터가 자동으로 문제은행에서 문제를 추출해 출제하며 점수가 바로 나온다"며 "시험문제는 비공개가 원칙인데 공개되면 사람들이 다른 지식은 공부를 안 하고 특정 문제만 공부해 합격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종사 꿈꾸는 사회초년생부터 항공사 캡틴까지
자격증을 위해서는 실기시험도 필수다. 예컨대 항공사의 신입 부기장이 되기 위해서는 사업용 조종사 면장을 포함해 4개가 필요한데 모두 공단이 발급하는 면허다.
소형기인 세스나를 타고 실제 비행에 나서는 실기시험은 주로 민항기 조종사를 꿈꾸는 사회 초년생들이 보는 정기시험이다. 임시와 상시부터는 항공사에서 근무 중인 조종사들이 필요에 따라 보는 시험이다. 임시는 운항하는 기종에 대한 형식한정을 따는 시험, 상시는 자격을 갖춘 부기장이 기장으로 승급하는 구술시험을 본다.
강 위원은 "임시 시험에서는 B737처럼 항공사가 실제 사용하는 항공기의 시뮬레이터를 통해 비정상 상황을 위주로 평가한다"며 "이륙 중에 엔진에 불이 나거나 순항 중에 기압 조절 장치가 고장이 나는 상황 등을 만들어 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두 맞춰도 안 바뀌는 문제, 기본 소홀하지 말라는 뜻"
강 위원은 퇴직 후 연구위원의 길을 택했다. 이유를 골똘히 생각하던 강 위원은 "현직에 있을 때도 시험 공부를 하고 정리하는 것이 체질에 맞았던 것 같다. 기종 전환을 하며 동기들과 서로 공부를 도왔는데 내 필기가 공유되곤 했다"며 "그래서 이걸 지원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웃었다.
기본을 갖추는 단계가 먼저라는 것이 강 위원의 지론이다. 그가 평생을 몸담은 조종사에게는 두 눈으로 비행기의 자세를 맞추고 엔진 소리를 듣고 속도를 맞추는 것들이다.
그는 "한번은 솔로 비행 경험 없이 18시간을 막 비행한 분의 세스나에 탑승했는데 내부 전자장비가 여객기 수준이었다"며 "학생 조종사들이 훈련할 환경이 부족한 것은 알지만 전자장비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그런 것들은 항공사에서 배우면 된다"고 말했다.
강 위원은 "시험에는 응시자 100%가 맞춰도 안 바뀌는 문제들이 있다"며 "기초적으로 알아야 할 문제가 빠지면 점점 잊히고 나중에는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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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오가는 공항, 하루하루가 생방송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비행기와 승객입니다. 이 수많은 '설렘'들을 무사히 실어나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항공사와 공항의 온갖 조연들이 움직입니다. 이들에게서 듣는 하늘 이야기, '온에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