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9일에 한번 피소' 삼성전자…韓 기업들 '특허 괴물' 먹잇감 됐다
특허관리기업 NPE, 국내 기업 상대로 미국서 특허침해 소송 줄이어
막대한 소송비용 부담에 '합의' 기울고 승소해도 '상처뿐인 영광'…"정부 나서야"
- 김재현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특허 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기업(NPE)이 '특허권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한국 기업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005930)전직 특허 담당 임원이었던 안승호 전 부사장이 NPE를 설립한 뒤 빼돌린 기술을 악용해 미국에서 친정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 기업은 승소하더라도 긴 재판 기간 들인 막대한 소송 비용에 적잖은 타격을 받는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기업이 NPE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정부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NPE는 사들인 특허로 사용료를 받거나 소송을 제기해 수익을 내는 회사를 말한다. 이들은 기술적 가치가 높지 않아도 권리 범위가 넓은 특허를 저렴하게 사들인 뒤 관련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거액의 합의금을 노린다. 최근에는 소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제소 후 수익금을 분배하는 한층 공격적인 NPE가 확산하는 추세다.
NPE의 주 무대는 미국 텍사스 동부연방지방법원이다. 특허침해 인정에 우호적인 판결을 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공격 대상은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하는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과 중견기업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5년간 무려 195건의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다. 9일에 1번꼴로 소장을 받은 셈이다.
그중 193건은 삼성전자가 승소했다. 패소 판결 2건도 이후 미국 특허심판원에서 소송을 제기한 NPE의 특허를 무효 판정했다. 사실상 195건 모두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승소해도 '상처뿐인 영광'이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특허침해 소송 대응 비용은 700만~1000만 달러(약 96억~137억 원)에 이른다. 재판 기간이 길어지면 이보다 3~4배 든다. 막대한 소송 비용과 시간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들은 보다 적은 금액으로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은 자체 대응만으로 NPE의 무차별 공격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호소한다. NPE가 특정 기업을 상대로 반복적인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뿐 아니라 소송 대상 기업의 범위도 점점 넓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허청이 지난해 3월 해외 NPE 동향에 대한 정보제공 강화 등을 담은 대응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NPE 공격으로 인한 합의금 지급, 소송비용 부담이 증가할수록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약화하고 막대한 국부 유출도 발생한다"며 "이는 한국 기업 전체와 국가 경쟁력 차원의 문제로 정부의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 내부 특허를 유출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안승호 전 부사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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