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는 짜냈는데"…1등 뺏긴 한샘, 주가는 안갯속[줌인e종목]

주가 6만 원 선 회복했지만 증권가는 '중립'
책상 빼서 만든 '짜내기 흑자' 언제까지 가능할까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한샘(009240)이 1분기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지난 2022년 상장 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던 한샘이 철저한 비용 효율화와 수익성 중심 영업 전략을 펼쳐 4분기 연속 흑자를 실현한 것이다.

다만 경쟁사에 발목을 잡힌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샘은 1분기에 4859억 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동기대비 3.5% 늘었다. 그런데 경쟁사이자 업계 만년 2위였던 현대리바트(079430)가 504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한샘을 눌렀다. 한샘이 3.5% 찔끔 성장할 동안 현대리바트는 전년 동기 대비 36.3%나 급증한 실적을 기록했다.

부동산 및 건설경기 침체라는 업황은 동일했기에 경쟁사의 호실적이 한샘에는 더욱 아픈 요소다.

한샘은 2분기 역시 흑자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충당부채의 환입 효과에 기댈 가능성이 높다.

한샘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구업계 입찰담함 혐의로 21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다만 한샘은 입찰 담합이 적발된 후 과징금 추징에 대비해 900억 원가량을 충당부채로 미리 계상한 바 있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샘에 대한 투자의견은 목표주가 대비 상승 여력을 고려해 중립을 유지한다"며 "2분기 단합 관련 추가 충당금 환입, 자산 매각 통한 현금 활용 방안 등 일부 시나리오 가능성을 제외한다면 최근 가파른 주가 상승 이후 추가 상승 여력은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주가 6만 원 선 회복했지만 증권가는 '중립'

한샘의 주가는 최근 한달간 큰 변동성을 보이는 중이다.

한샘은 올 초 주당 5만 원 선이 무너지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과징금이 200억 원대로 부과되면서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단숨에 5만 원 선을 회복했고 6만 원대까지 치고 올라갔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17일 종가기준 4만 5300원이었던 한샘 주가는 5월 13일 6만 6300원으로 한 달여 만에 46%나 껑충 뛰었다. 한샘이 주당 6만 원 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해 8월 30일(6만 400원) 이후 1년여 만이다.

그런데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현대리바트에 실적이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는 상황이다. 전 거래일인 24일엔 전일대비 1500원(2.41%) 하락하면서 6만 700원까지 밀려 6만 원 선을 위협받고 있다.

이 기간 상승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과 기관이다. 외국인은 지난 4월 17일부터 5월 24일까지 한샘 주식을 154억 원 순매수했다. 기관도 54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개인은 178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차익실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샘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이달 보고서를 낸 증권사 5곳 중 투자의견 매수를 낸 곳은 신한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2곳이고 NH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은 중립 내지는 보유(Hold)를 제시했다.

매수 의견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매도 의견을 극도로 꺼리는 국내 증권가 특성상 투자의견 '중립'이나 '보유' 제시는 사실상의 '매도' 의견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이를 고려할 때 증권가에서 한샘 주가는 현재 상당히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유진 한샘 대표집행임원(IMM 홀딩스 제공) 2024.3.26/뉴스1 ⓒ News1

◇책상 빼서 만든 '짜내기 흑자' 언제까지 가능할까

한샘이 흑자 전환을 한 '비결'은 인건비 감축 및 임원 축소 등 조직 슬림화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유진 한샘 대표집행임원은 한샘 대주주인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 소속으로, 할리스F&B, 에이블씨앤씨 등을 거치며 가차없는 조직 개편과 비용 효율화로 회사를 흑자로 돌려놓은 인물이다.

한샘이 충격적인 적자를 기록한 후 지난해 대표집행임원으로 취임한 김유진 대표는 이번에도 유사한 '충격파'를 썼다.

김 대표는 올 초 단행한 정기인사에서 상무 이상 고위 임원을 단 한명도 승진시키지 않았다. 승진자 수는 단 5명에 그쳐 전년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DT부문은 해체되고 부문 수장들도 줄줄이 퇴사했다. 실제 지난해까지 DT부문을 총괄한 박해웅 부사장, 재무를 맡은 박성훈 전무(CFO)와 최성원 전무(CHO) 등이 '일신상의 사유'로 각각 퇴사했다.

한샘 전체 직원 수도 2021년 대비 410명이 감소했다. 이중 상당수는 계열사인 한샘개발과 한샘서비스로 이동했다. 본사에서 계열사로 이동 시 연봉·업무 환경 등 처우가 나빠져 스스로 퇴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간 급여총액도 2021년 1513억 9000만 원에서 지난해 1127억 4200만 원으로 386억 4800만 원(25.5%) 축소됐다. 직원 평균 연봉도 6000만 원에서 5200만 원으로 800만 원이 줄었다.

또 조직개편을 통해 인사·총무·홍보 등을 총괄하는 경영지원본부를 대표 직속 조직으로 편제했다. 이 과정에서 홍보조직(홍보팀→PR전략팀 변경)도 축소했다. DT부문(기존 통합 한샘몰 등 디지털플랫폼 운영)은 이후 IT본부만 남기고 대부분 인원을 리하우스·홈퍼니싱·특판사업본부 등으로 이관했다.

esth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