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IMF도, 소버린도 이겨냈다"…SK그룹 찐사랑 '울산대공원'
"울산에서 성장 보답해야" SK 오너가 2代 걸쳐 조성…지역 명소 '우뚝'
300만 장미 핀 장미축제 인파 북적…美센트럴파크보다 큰 '울트럴파크'
- 최동현 기자
(울산=뉴스1) 최동현 기자 = "꽃보다 엄마가 더 예쁘네."
장미꽃이 만개한 울산대공원 장미축제. 모친과 함께 나들이를 온 이모(31·울산 남구 신정동) 씨는 꽃밭 앞에 선 어머니를 향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 씨는 "집 주변에 대공원이 조성돼 있어 가족들과 종종 방문한다"고 말했다.
23일 찾은 울산 남구 울산대공원은 수백만 송이 장미꽃으로 꾸며진 '장미축제'가 한창이었다. 축제가 열리는 장미원에는 평일 낮 시간에도 관람 인파로 북적였다. 소풍을 온 유치원생부터 다른 지역에서 데이트를 온 젊은 커플, 나들이를 온 어르신까지 다양했다.
울산대공원 장미축제는 SK이노베이션(096770)과 울산시가 공동 주최하는 지역 최대 축제 중 하나로 올해 16회를 맞았다. 해마다 265종의 장미꽃 300만 송이가 장미원 전체를 뒤덮은 풍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전체 방문객 14만4000여 명 중 60%가 부산·대구 등 타 지역민일 만큼 입소문을 탔다.
울산대공원은 SK이노베이션이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20억 원을 들여 조성하고 울산시에 기부채납한 전국 최대 규모 도심 공원이다. 부지 면적은 110만 평(약 364만㎡), 길이 4.45㎞로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103만 평)보다 넓다. 라경림 SK에너지 CLX 대외협력실 차장은 "지역 내에선 '울트럴파크'라고도 부른다"며 환하게 웃었다.
울산대공원은 대기업과 지역 사회의 남다른 '정'(情)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은 "울산시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만큼 그 이윤을 시민들에게 되돌려주자"며 울산대공원 건립을 추진했다. 울산에 터를 잡고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고마움과 결실을 지역 사회와 나누겠다는 의지였다.
울산대공원 건립이 시작된 1997년, 첫 삽을 뜨자마자 외환위기(IMF)가 터졌지만 후계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울산 시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며 대공원 건설을 밀어붙였다. SK그룹이 위기에 빠졌던 2003년 소버린 사태 당시엔 울산 시민들이 나서서 'SK 주식 1주 사기' 운동을 벌였을 정도다. 당시 울산 지역 곳곳에는 'SK를 살리자'는 대자보와 현수막이 붙었다고 한다.
울산대공원은 잿빛의 산업도시였던 울산의 생활환경도 바꿔놨다. 울산 태화강의 생물학적 오염도(BOD)는 1995년 L당 11.3㎎으로 6급수였지만, 2014년에는1.9㎎(2급수)으로 개선됐다. 같은 기간 대기 중 아황산가스 농도는 0.028ppm에서 0.008ppm으로 70% 넘게 줄었고, 울산 시민 1인당 공원 면적은 1.0㎡에서 37.5㎡로 넓어졌다.
울산대공원은 현재 전국 각지에서 관람객이 찾는 지역 명소로 입지를 다졌다. 16년째 이어온 장미축제의 누적 방문객은 462만 명에 이른다. 올해 축제엔 전년보다 약 14% 증가한 16만 명이 찾을 전망이다. 장미축제 외에도 '가을 콘서트'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경로 효잔치' 등 연중 내내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정연용 울산시 녹지공원과장은 "16년간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꾸준히 공동 행사를 주최하는 것은 드문 사례"라며 "SK에 고마움이 많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더 큰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것이 SK그룹의 경영 철학"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