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물어뜯은 '특허괴물' 전 임원에…美법원 "부정한 방법 동원" 철퇴

시너지IP·테키야 LLC, 삼성 상대 무선이어폰·음성인식 특허침해 소송
법원 "삼성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안 전 부사장, 위증 및 증거인멸 자행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2024.4.3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강태우 기자 =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005930)를 상대로 안승호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 낸 특허 소송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동시에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다"며 원고 측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특허 수장'이었던 안 전 부사장이 설립한 특허 에이전트회사인 '시너지IP'와 특허권자인 '스테이턴 테키야 LLC'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무선이어폰과 음성인식 관련 특허침해소송에 대한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 판결이 이날 공개됐다.

판결문에서 법원은 안 전 부사장과 조모 전 수석이 개입한 이 소송이 심각한 불법행위와 부정한 방법(Unclean hands)으로 제기되었다고 판단하고 특허침해소송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또 특허침해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소송 자체가 불법적으로 제기되었음을 법원이 인정한 것으로, 재소송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명시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안 전 부사장은 한국 검찰의 수사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부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의 미국 특허 전문 변호사다. 지난 1990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특허그룹 수석연구원과 지적자산팀장, 종합기술원 IP전략팀장을 거쳐 IP센터장까지 오른 '특허통'으로 꼽힌다. 애플과 화웨이 소송전은 물론 구글과 특허 교차활용 계약을 맺는 것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퇴직한 안 전 부사장은 2020년 6월 시너지IP를 설립했고 같은 해 11월 텍사스주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삼성전자아메리카가 무선이어폰과 녹음·음성인식 등 특허 10건을 고의로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델라웨어주 소재 폰·음향기기 업체 스테이턴 테키야 LLC가 공동 원고로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IP센터 전 사내변호사 출신 조모 씨까지 합류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영업비밀 도용 등으로 맞고소했고, 안 전 부사장은 또다시 추가 소송으로 판을 키우면서 '법적 다툼'에 나섰다. 2022년 11월에 미국 법원은 안 전 부사장의 특허침해 소송 및 협상 관여 금지 명령을 내린 뒤 이달 판결 선고가 내려졌다.

법원은 안 전 부사장 등이 불법적으로 삼성의 기밀자료를 도용해 제기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부하직원이었던 삼성 내 특허 담당 직원과 공모해 소송 전후에 테키야 관련 중요 기밀자료를 빼돌려 소송에 이용했다. 해당 자료는 삼성의 종합적인 전략을 포함하고 있어 소송의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서 중 하나라는 판단이다.

특히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이들의 불법행위를 '부정직하고, 불공정하며, 기만적이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혐오스러운 행위'라고 명시했으며, 이들이 삼성의 기밀정보를 악용해 삼성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보았다고도 적시했다.

법원은 "이러한 불법행위의 심각성을 고려해 재소송이 불가능한 기각판결이 사법 정의를 최선으로 구현하는 유일하고 적합한 구제책"이라며 "안 전 부사장과 조 전 수석의 부정한 행위가 미국 캘리포니아·뉴욕 주 변호사협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도록 판결문을 전달하라"고 명령했다.

한편 안 전 부사장은 해당 자료 주요 내용을 소송자금 투자자에 제공하는 등의 부정 사용 사실이 드러났으며 위증 및 증거인멸을 자행했다.

업계 전문가는 "판결문에서 드러난 안 전 부사장 등의 영업비밀 누설, 부정 사용 등 행위는 국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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