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가동률 급락…보급형·ESS로 '캐즘 밸리' 버틴다
LG엔솔 1Q 공장가동률 77.7%→57.4%…SK온도 27%p 내린 69.5%
ESS용 LFP·미드니켈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EV 대체재 ESS 비중↑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전기차 수요 둔화(Chasm·캐즘) 여파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역대 최저인 50~60%대로 급락했다. 배터리 업계는 보급형 배터리나 최근 수요가 높아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비중을 늘리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1분기 국내외 사업장의 평균 가동률이 57.4%라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77.7%)보다 20%포인트(p) 이상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전체 가동률은 69.3%로 하반기부터 가동률이 하락세를 보였다.
SK온도 사정은 비슷하다. SK이노베이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SK온의 1분기 국내외 배터리 사업장 평균 가동률이 69.5%로 전년 동기(96.1%)보다 30%p 가까이 급락했다.
배터리 공장 가동률이 하락한 이유는 전방산업인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탓이다. 전기차 수요가 줄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OEM)들이 재고 조정에 나서면서 배터리 주문량이 줄었고, 배터리 공장 가동률도 연쇄 하락한 것이다. 배터리사들은 당초 계약분보다 미달한 출하량의 일부를 보상받긴 했지만, 장기적인 수익성엔 적신호가 떴다.
전기차 캐즘이 올해 2분기까진 호전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아지자 배터리 업체들은 기존 주력이었던 NCM·NCA 등 고가의 삼원계 배터리 비중을 낮추고, 미드니켈·리튬인산철(LFP) 등 저가의 보급형 배터리 생산·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수요가 견조한 ESS 시장에서 LFP 배터리가 대세를 굳힌 점이 영향을 미쳤다.
LFP ESS 개발을 가장 먼저 완료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한화큐셀 미국 법인과 4.8기가와트시(GWh) 규모 ESS 배터리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는 계약 금액이 1조 40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역대 ESS 프로젝트 중 단일 기준 최대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 난징 공장 라인 일부를 ESS LFP용으로 전환, 내년 하반기 LFP 롱셀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2026년엔 미국 애리조나에 17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삼성SDI(006400)는 2026년 생산하는 LPF 배터리에서 ESS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온도 2026년 LFP ESS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 함량을 40~60%로 줄여 단가를 낮춘 '미드니켈'(Mid-Ni) 배터리도 조만간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아의 신형 전기차인 EV3와 EV4에 NCM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인데, 해당 차종이 '중저가 보급형'인 만큼 미드니켈 배터리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을 계기로 배터리 업체들의 시장 전망과 투자 계획이 일부 수정되는 상황"이라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업황 악화를 버틸 생존 방식이자, 향후 시장에 대응할 필수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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