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멕시코 다시 보기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미국이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 전기차용 배터리, 반도체 등에 대해 관세를 최고 4배까지 대폭 인상한다. 4배가 되는 품목은 전기차다. 관세율이 25%에서 100%가 된다.

그러자 멕시코를 우회해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상품 문제가 재차 부각되었다. 종래 미국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는 중국, 캐나다, 멕시코 순이었는데 2021년부터 중국의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해서 지금은 멕시코, 캐나다, 중국 순서다.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망에 따르면 중국의 비중은 더 낮아지고 멕시코가 지속적으로 커지게 된다.

멕시코 경제가 부상하는 동시에 멕시코를 경유해서 미국에 진출하는 전략이 인기를 끈다. 국제무역센터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베트남, 타이완,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을 하고 있는데 멕시코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멕시코에서 생산해서 미국에 수출하는 중국 자동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벌써부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새로운 세계의 경제지도에서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단연 돋보이게 된다. 특히 캐나다는 미국, 사우디, 러시아에 이은 세계 4위의 석유 생산국이다. 또 러시아가 미국을 향해 발사하는 미사일은 약 30분이 걸려 미국 땅에 닿는데 그 바로 전에 캐나다 상공에서 요격되어야 한다. 미국은 안보 측면에서도 캐나다와 특수 관계다.

멕시코는 미국에 복잡한 심정이 들게 하는 이웃이다. 우선 미국 서부 지역과 텍사스는 과거 멕시코 땅이었다. 지금도 인구, 문화, 언어 측면에서 가장 가깝다. 2019년부터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다. 물론, 멕시코의 경제규모는 미국에 아직 그리 크지 않다. 멕시코는 뉴욕의 경제 규모 정도다.

미국의 정치에서 멕시코계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민의 역사가 이제 꽤 오래되었다. 캘리포니아, 텍사스는 물론이고 각종 선거에서 경합 주로 불리는 콜로라도, 플로리다, 일리노이, 뉴멕시코, 네바다 주에 적지 않은 멕시코계 대표들을 진출시켰다.

미국은 원칙적으로 나라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개의치 않아도 되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다. 그런데 딱 하나 예외가 멕시코다. 국경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캐나다도 국경은 공유하지만 미국에 부담을 발생시킬 나라는 아니다. 그래서 멕시코의 문제는 어느 정도 미국의 문제다.

멕시코의 평균 연령은 미국보다 10년 낮다. 멕시코의 인력이 미국에 유입되면서 임금 상승의 압력도 줄여준다. 조지아를 포함해 남쪽 주들은 고령화가 심각한데 멕시코가 도움을 주고 있다. 기술 수준은 아직이어서 미국과 탁월한 보완관계다. 그리고 멕시코인들의 다수는 스페인계다. 미국의 주류인 ‘백인’에 포함된다. 자기들도 백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의 정치와 문화에 쉽게 동화된다.

최근 미국의 남쪽 국경에 구름같이 모여드는 난민들은 멕시코 사람들이 아니다. 중국과 중동, 그리고 남미에서 온 사람들이다. 멕시코인들의 미국 이민은 이미 종료되다시피 했고 미국도 멕시코와 멕시코 인들에 대한 정서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많이 다르다. 오죽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와 무역-안보협정을 체결했을 정도다. 심지어 멕시코계들이 미국에서 가장 강한 반이민주의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트럼프의 장벽 건설도 지지했다.

물가 상승이 가파르고 마약 재배와 거래, 그에 따르는 범죄와 조직폭력 문제는 여전히 멕시코의 골칫거리다. 그러나 역동적인 나라이고 미국과의 연계 때문에 향후 경쟁력이 커질 나라다. 일본보다 약간 많은 인구 1억 3000만명, 출산율 1.8명, 한반도의 9배 크기다. 멕시코는 누가 보더라도 미래 전망이 좋은 나라인데 최근의 신지정학과 미국-중국 관계 변화 때문에 더 주목받는 나라가 되고 있다.

bsta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