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기차 판매 월 1만대 하회…국산車는 작년 절반으로 '뚝'

1~4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 3.6만대, 전년비 28%↓…국산차는 50%↓
"테슬라 등 중국산 판매 확대로 국내업계 경쟁력 약화 우려…정책 지원 절실"

서울의 한 복합쇼핑몰 주차장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차량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2024.3.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올해 들어 국내 월평균 전기차 판매량이 1만 대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1년 전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수입차보다는 국내 브랜드의 부진이 더 심했다. 자동차 업계는 신차 출시만으론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현상을 이겨내기 어렵다며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3만 6273대로 전년 동기(5만 438대) 대비 28.1% 감소했다. 월평균 약 9000대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달 역시 1년 전보다 25% 감소한 1만 812대에 불과했다.

전기차와 달리 하이브리드(HEV)는 계속 상승세다. 올해 하이브리드는 15만 1342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8% 증가했다. 4월(4만 402대)에도 4만대 이상 팔리며 35%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기차 판매 부진은 수입차보다 국내 업계가 심하다.

올해 1~4월 수입 전기차는 판매량 1만 3863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5417대)보다 155.9% 증가했다. 판매 급증은 테슬라 영향이다.

테슬라는 올해 모델Y(6016대)를 6000대 이상 판매했고, 지난달에는 모델3 신차를 출시했다. 두 차종 모두 중국산 모델로 이전 판매한 미국산보다 가격을 수천만 원 낮췄다. 모델3는 출시하자마자 4월 한 달 동안 1716대 팔리며 국산과 수입산 통틀어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2만 2410대다. 1년 전(4만 5021대)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주요 모델의 판매가 부진한 탓이다.

현대자동차(005380)의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5는 지난 3월 상품성개선 모델을 내놓고 가격까지 동결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으나, 두 달 동안 2798대밖에 팔지 못했다. 올해 누적 판매량 3704대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기아(000270)의 EV6 역시 올해 누적 판매량 2495대에 그치며 1년 전보다 67%나 줄었다.

기아가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할 ‘더 기아 EV3’의 티저 이미지.(기아 제공) 2024.5.7/뉴스1

현대차·기아는 올해 새로운 전기차를 잇달아 출시할 계획이지만,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회복세를 장담하기 어렵다. 기아는 14일 EV6의 상품성개선 모델을 선보이며, 보급형 모델인 EV3를 7월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 역시 경형 전기차 캐스퍼EV를 올 하반기 선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일부 모델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라며 "출시 가격 동결과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쳐도 전기차를 찾는 고객이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수요 회복을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산 전기차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국산 전기차 판매 부진은 자칫 국내 자동차 업계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슬라뿐 아니라 올해 하반기에는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의 전기 승용차 출시가 예정돼 있다. 또 볼보와 폴스타 등 중국 지리차 산하 브랜드 역시 국내서 전기차를 판매 중이며 최근 또 다른 브랜드인 로터스도 진출했다.

김주홍 KAMA 전무는 "한국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판매 확대로 시장 잠식 우려가 있다"며 "향후 3년간 한시적 보조금 확대와 충전요금 할인 특례 부활로 특단의 수요 회복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도 "지난해부터 전기차 내수는 감소하고 있다"며 "중국이나 독일의 과거 사례처럼 일시적으로 구매 보조금을 증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