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로봇개 '스팟' BMW 英 공장 투입…그룹 담장 넘어 '영역 확대'
스팟, BMW 햄스 홀 공장서 유지 보수 지원·디지털 트윈 구축 활용
싱가포르 등 내부 현장 넘어 CJ대한통운·인국공 등과 협력 확대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현대차(005380)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이 BMW 공장에 투입된다. 현대차그룹 내부를 넘어 외부 업체와 협력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1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BMW그룹은 영국 햄스 홀 공장(Hams Hall Plant)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을 도입했다. 약 1년간의 테스트를 거쳤고 정식으로 햄스 홀 공장에 투입했다. BMW는 스팟의 이름을 '스포토'(SpOTTO)라고 지었다. 원래 이름 스팟에 BMW의 창립자 중 한 명인 '구스타프 오토'(Gustav Otto)를 더한 것이다.
영국 버밍엄 외곽에 있는 햄스 홀 공장은 BMW그룹의 최신형 3기통과 4기통 가솔린 엔진과 엔진 주요 부품을 가공 생산한다. 2001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현재 160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지난해 40만 개 이상의 엔진을 만들었다.
4족 보행 로봇인 스팟은 각종 센서를 활용해 공장 구석구석을 순찰해 유지 보수를 지원하는 한편 공장과 똑같은 환경을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가상 모형)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마르코 다 실바(Marco da Silva) 스팟 개발 책임자는 "햄스 홀 공장의 환경은 4족 보행 로봇인 스팟을 사용해 검사하기 적합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BMW 관계자는 "스포토는 시각, 열 및 음향 센서를 갖춰 방대한 양의 유지 관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며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개선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BMW그룹은 햄스 홀 공장 외 다른 공장에서도 스팟의 추가 도입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스팟을 만든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의 로봇 개발업체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고, 인수 당시 정의선 회장이 사재 2400억 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인수 이후 2022년 CES에서 정의선 회장이 스팟과 함께 단상에 올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스팟은 이미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허브인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HMGICS)가 대표적이다.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인 이 혁신센터는 스마트 제조 시설을 갖췄으며 컨베이어벨트로 대표되는 기존 공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조립은 물론 물류 등 다양한 작업에 로봇이 쓰인다. 스팟은 근로자가 조립을 잘했는지 확인한다.
이 밖에 기아의 국내 모든 공장에서 사용 중이며, 현대차 공장에도 투입 예정이다.
BMW 공장 사례처럼 스팟은 최근 활용 범위를 그룹 내부뿐 아니라 외부로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기아는 최근 CJ대한통운 등과 함께 스팟을 이용한 라스트마일 로봇 배송 서비스 실증 사업을 진행했다. 실증 사업은 CJ대한통운의 물류 시스템을 연계해 택배 기사가 스팟과 함께 물품을 배송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택배 기사가 스팟과 배송 물품을 싣고 배송지에 도착하면 고객 집 앞까지 스팟이 물품을 배송하고 차량으로 복귀하는 방식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도 협력을 모색한다. 이학재 인국공 사장은 지난달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보스턴다이내믹스 본사를 방문해 인천공항의 로봇 도입 전략을 논의했다. 스팟은 인천공항에서 폭발물 탐지·제거 등 공항 경비 보안 분야를 시작으로, 향후 여객 안내와 수하물 처리, 화물터미널 내 화물 적재 등까지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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