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車·반도체 '봄바람'…수출 쌍포 가동에 경기회복 기대감

현대차·기아·SK하이닉스 등 핵심 산업서 시장 기대 넘는 실적 이어져
9개 분기만에 1%대 성장률…"반도체가 경기 살려 호황 국면 접어들 것"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동희 한재준 김유승 기자 = 주요 대기업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양대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가 호실적을 거두며 올해 경기회복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적자를 냈던 반도체는 바닥을 확인한 뒤로는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며 힘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수출을 외롭게 떠받친 자동차는 '이제는 쉬어갈 때가 됐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고 1분기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피크아웃' 우려 무색…현대차·기아, 합산 영업익 7조원 질주 계속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는 1분기 합산 매출액 66조8713억 원, 합산 영업이익 6조9831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8%, 7.2%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자동차 판매량은 소폭 감소했지만,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현대차는 40조 원 이상의 매출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아 역시 현대차에 육박하는 3조4257억 원의 분기 최대 영입이익을 기록했다. 국내보다는 미국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 선전한 결과다.

현대차·기아는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올해 들어 달러·원 환율이 오르기는 했지만, 전통적인 비수기와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른 판매량 감소 등으로 '피크 아웃' 우려가 우세했다.

하지만 실적 발표 이후 우려는 현대차·기아의 펀더멘탈 재확인으로 바뀌었다. '가성비'를 넘어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부가가치 차종을 팔며 수익성으로 무장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와 SUV 판매 비중이 1분기 60%를 넘어섰다. 기아는 고수익 차종인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판매 비율이 21.6%에 달했다. 그 결과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8.7%, 13.1%로 테슬라(5.5%)를 크게 상회했다. 기아 영업이익률은 역대 최고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인도를 방문, 현지의 미래 성장전략을 점검하고 직원들과 직접 소통했다고 25일 밝혔다.(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24.4.25/뉴스1

◇빠르게 다가온 반도체 봄…'서프라이즈' SK하이닉스

반도체 실적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는 1분기 매출 12조4296억 원, 영업이익 2조886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영업이익은 2022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었다. 5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지난해 4분기(3460억 원)의 8배에 달한다.

증권가 예상치인 1조8000억 원도 훌쩍 뛰어넘었다. 글로벌 메모리 회복세와 더불어 시장 선두인 HBM(고대역폭메모리) 매출이 AI 시장 팽창으로 크게 확대된 결과다. 엔비디아에 사실상 HBM을 독점 공급 중인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3E 등 최신 제품으로 HBM 리더십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발표한 1분기 잠정실적에서 '영업이익 6조6000억 원'의 깜짝 실적을 냈다. 시장 전망치를 1조4000억 원 이상 웃돌았다.

오는 30일 확정 실적과 함께 부문별 세부 실적이 공개되는데, 시장에서는 주력인 반도체(DS) 부문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DS 부문은 지난해 4개 분기 내내 적자로 연간 총 15조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증권가는 1분기 DS 부문 영업이익을 2조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5개 분기만에 흑자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은 여전히 적자지만, D램과 낸드는 흑자로 돌아섰다는 판단에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SK하이닉스 AI 미디어 컨퍼런스’ 행사장에서 발언하고 있다.(SK하이닉스 제공)

◇9개 분기만에 1%대 분기 성장률…"반도체가 경기 살린다" 기대

자동차의 견고한 실적과 반도체의 본격적인 회복세는 올해 경제 성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산업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안팎으로 수출 훈풍이 내수 경제에도 영향을 끼치는 선순환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1분기 한국 경제가 1.3% 성장했다는 한국은행의 발표도 이런 기대감을 키웠다. 분기 성장률이 1%대를 기록한 것은 2021년 4분기 이후 9개 분기만이다.

경제 전문가들도 긍정적 평가를 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런 추세라고 한다면 상당히 호황 국면으로 접어든다고 봐야 할 정도"라며 "역시 반도체가 경기를 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경제 성장이 수출만이 아니라 내수 영향이 크다고 나오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이자율이 높고 경기부양 정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괜찮은 숫자"라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