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류재철 "빌트인 매출 1조 원 목표…'경계대상 1호' 중국"

밀라노 위크 찾은 中 하이얼…LG전자 옆 부스서 '고효율·AI' 강조
진입 장벽 큰 B2B 사업에 "철저히 준비했다"…성장 속도 가속 전망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이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로쿠치나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밀라노=뉴스1) 강태우 기자 = LG전자(066570)가 '빌트인' 강호들이 자리 잡고 있는 유럽에서 '글로벌 톱티어'에 이름을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3년 내 전 세계 빌트인 사업 매출을 조 단위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은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위크·유로쿠치나 2024'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미 시장에서 이뤄낸 빌트인 사업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 '글로벌 1조 원'이라는 사업 규모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빌트인은 세탁기나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붙박이로 설치하는 형태다. 좁은 가구 구조나 가옥 형태 특성상 유럽에선 빌트인 가전에 대한 수요가 높다. 빌트인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지난해 유럽 시장 규모는 212억 달러(약 30조 원), 글로벌 시장은 600억 달러(약 83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유럽 빌트인 시장은 보쉬, 밀레, 지멘스 등 유럽 현지 브랜드들이 선점하고 있어 진입이 쉽지 않다. 게다가 하이얼(Haier), 메이디(Midea) 등 중국 가전업체들도 가세해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주방 가전·가구 박람회 '유로쿠치나'에 차린 중국 하이얼 전시 부스 모습. 2024.4.16 / 뉴스1 ⓒ News1 강태우 기자

류 사장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유럽 업체가 아닌 중국을 꼽았다.

그는 "가장 눈여겨 보고 있는 업체는 우리 바로 옆에 부스를 차린 중국의 하이얼"이라며 "(하이얼은) 과거에 LG가 성공했던 방정식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시장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하이얼은 좋은 제품을 경쟁사보다 빠르게 시장에 진입시키는 '타임 투 마켓'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하이얼은 우리가 제일 경계해야 할 1번 경쟁자"라고 덧붙였다.

이날 찾은 하이얼 부스는 LG전자와 유사한 규모로 유럽 맞춤형 빌트인 가전, 에너지 고효율 제품, 자체 가전용 인공지능(AI) 칩 등을 대거 전시 중이었다.

LG전자는 유럽 현지 업체를 따라잡고 중국 업체를 따돌리기 위해 프리미엄, 볼륨존(대중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018년 LG전자가 '상위 1%'를 타깃으로 유럽 시장에 내세운 초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와 함께 매스 프리미엄 빌트인 제품군을 확대한다. 또 전 제품에 AI 기능도 담는다는 목표다.

류 사장은 "매출을 놓고 보면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는 작년 대비 (유럽에서) 최소 2배~3배 정도 성장했고 앞으로도 더 성장할 것"이라며 "또 향후 모든 제품에 다 AI를 넣겠다는 방향성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주방 가전·가구 박람회 '유로쿠치나'에 마련된 LG전자 부스 모습. 2024.4.16 / 뉴스1 ⓒ News1 강태우 기자

이날 류 사장이 제시한 '매출 1조 원'은 현재 LG전자 빌트인 사업 매출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 규모가 80조 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비춰볼 때 다소 적은 수치로 보일 수 있지만, 해당 목표 달성 후에는 매출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류 사장은 "빌트인과 같은 B2B(기업간거래) 사업은 B2C(기업-고객 간 거래)와 달리 진입 장벽이 굉장히 크다"며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번 진입하고 나면 안정적으로 매출과 수익,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빌트인 사업은 제품 못지않게 유통망 개척과 영업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데 몇 년에 걸쳐 저희는 많은 준비를 해왔다"며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유통을 개척하고 있으며 올해 (유통 매장) 1000곳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편 LG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AI 기능을 향상시킨 인덕션, AI 카메라를 내장한 오븐, 디자인과 성능을 모두 강화한 다운드래프트 후드 등의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신제품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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