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선·MRO 점찍은 정기선·김동관…'20조 대어' 美함정 수주전

HD현대重·한화오션, 특수선 수출+MRO 수주 박차…새 먹거리 낙점
美 함정 MRO 해외 수주 검토에 경쟁…정기선·김동관 '성과 대결'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HD현대와 한화가 특수선과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점을 찍은 조선업과 달리 특수선 수출과 MRO 시장은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당장 미국 해군 MRO 사업이 시장에 나오면서 '20조 대어'를 잡으려는 업계 경쟁이 불붙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329180)은 최근 미국 방산기업 팔란티어와 '무인수상정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무인수상정(USV)은 기존 유인 함정을 대체해 기뢰 탐색 및 제거, 전투 등 각종 임무를 수행하는 해전(海戰)의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필수 전력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 9일(현지시간) 글로벌 터빈 기업인 GE에어로스페이스와 함정 추진체계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수출 함정에 대한 MRO 사업에도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또 같은 날 글로벌 방산기업 L3해리스테크놀로지와 약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 수주를 위한 MOU도 맺었다.

한화오션(042660)은 최근 호주 방산 조선업체인 오스탈(Austal) 인수를 추진 중이다. 오스탈은 호주와 미국 해군에 선박을 설계·건조해 납품하는 방산기업으로, 미국 앨라배마주 등에 조선소를 두고 있다. 한화오션이 오스탈 인수를 발판 삼아 북미 시장 진출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조선사들이 특수선 시장에 힘을 주는 이유는 천문학적인 시장 규모 때문이다. 영국 군사정보기업 제인스에 따르면 글로벌 특수선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 내에 1조 달러(약 1385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집중하는 잠수함과 수상함 시장은 2430억 달러(약 337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 사진 왼쪽 세 번째)이 2월27일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에게 함정 건조 시설 및 기술력을 소개하고 있다.(HD현대·한화오션 제공)

덩달아 특수선 MRO 사업도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잠수함이나 함정의 운영 기한은 국가별 정책에 따라 최대 40년으로 주기적인 유지·보수·정비를 받아야 한다. 잠수함 한 척을 팔면 최소 수십년간의 MRO 수요가 패키지로 발생하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577억6000만 달러(약 78조 원)에서 2029년 636억2000만 달러(약 88조 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중 미국 시장의 규모만 연간 약 20조원에 달한다.

특히 미국이 함정 MRO 물량 일부를 해외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2월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이 방한하자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함정 건조 역량과 MRO 기술력을 설명했을 정도다.

재계에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특수선 수주 경쟁'을 정기선-김동관 두 오너 3세의 대결 구도로 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경영 승계를 진행 중인 터라 사업 수완을 입증해야 한다. 이미 두 회사는 7조80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을 놓고 정면충돌한 바 있다.

정기선·김동관 부회장과 델 토로 장관의 현지 면담 성사 여부도 관심사다. 앞서 델 토로 장관은 현지 언론을 통해 한국 조선업체를 미국으로 초청해 추가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때마침 정 부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오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함정을 포함한 K-방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해외 함정 수출은 수출 대상국의 수요에 따라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에 글로벌 방산기업과의 기술협력 등 입지 강화에 나서는 추세"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