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엔진 '국산화 꿈' 여기서 자란다…한화에어로 창원1사업장[르포]

45년만에 엔진 누적 1만대 생산…2030년대 첨단엔진 국산화 목표
'수작업' 엔진 조립·초음속 엔진 시운전…자동화 부품 신공장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한 1만호 엔진 'F404'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창원=뉴스1) 박주평 기자 = 국내 유일 항공엔진 제조 역량을 갖춘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012450)가 최초 엔진 생산 후 45년 만에 누적 기준 엔진 1만대를 생산했다. 한화에어로는 국산 전투기 KF-21 엔진과 6세대 전투기 엔진의 개발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해 공장을 증설하고, 첨단 항공엔진 개발 역량을 증진해 2030년대 중후반에는 현재 6개국만 보유한 독자적인 항공엔진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런 야심 찬 청사진의 밑바탕에는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한화에어로 제1사업장이 있다. 1사업장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으로부터 기술면허를 획득한 KF-21, FA-50 등 엔진, 독자 기술로 개발한 유도무기용 엔진, 민수 항공기에 공급하는 부품 등을 생산하는 한화에어로 항공사업의 핵심이다.

지난 12일 한화에어로 엔진 1만대 생산을 기념해 기자단이 방문한 창원 1사업장에서는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엔진 조립 과정을 비롯해 엔진 시운전, 전 과정 무인화를 도입한 스마트 공장의 기술력을 체험할 수 있었다. 한화에어로는 15일 창원 1사업장에서 '항공엔진 1만대 출하식'과 '스마트 엔진공장 착공식'을 진행했다.

◇면허 생산으로 기술력 '차곡차곡'…국산화까지 해낸다

먼저 방문한 엔진 조립동에서는 엔진 종류별 구획된 공간에서 분주하게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한화에어로가 생산하는 엔진은 모두 군수용으로 수작업으로 조립된다. GE로부터 기술면허를 획득해 생산하는 F404(T-50 계열), F414(KF-21), T700-701K9(수리온 헬기) 등이 대표적인 제품으로, 제조사에서 키트를 공급받아 국산화한 부품을 조립해 완제품을 생산한다.

기술면허 생산 엔진은 한화에어로 기술력의 기반이 됐다. 1979년 공군 F4 전투기용 J79 엔진 창정비 생산을 시작으로 총 1만대 엔진을 생산하면서 항공엔진 전반의 기술과 시스템을 확보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엔진을 점검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직원들의 모습(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 뉴스1

하지만 F414(1만5000파운드급) 수준의 항공엔진은 여전히 높은 벽이다. 현재 6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만이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

한화에어로 이광민 항공사업부장은 "KF-21이나 T-50은 GE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출할 때 미국 정부로부터 라이센스 승인을 받아야 하고, 무인기도 미사일로 간주하기 때문에 수출입이 제한된다"며 "유무인 항공기용으로 1만5000파운드급 엔진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는 KF-21에 장착할 F414 엔진 생산을 위한 스마트 엔진 공장을 착공한다. 내년까지 약 400억 원을 투자해 IT 기반의 품질관리와 물류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공장을 조성한다.

한화에어로는 2030년대 중후반까지 정부와 함께 엔진을 개발해 스텔스 기능이 강화될 KF-21 블록3에 탑재할 계획이다. 2029년 150조 원 규모의 글로벌 항공엔진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1만번째' F404 엔진 시운전 현장…초음속 순간 '푸른 불꽃'

엔진조립장에 이어 방문한 시운전장에는 1만번째 엔진 생산의 주인공인 TA-50 블록2 19호기에 탑재될 F404 엔진이 준비돼 있었다.

엔진이 작동할 때 굉음을 예상했지만, 놀라울 만큼 소음이 적었다. 엔진이 음속을 돌파할 만큼 출력이 강해지자 푸른 불꽃을 관측할 수 있었다. 터빈에서 나오는 가스를 재가열해 추력을 증가시키는 '애프터버너'라는 장치 때문에 발생한 불꽃이다.

한화에어로는 T-50 엔진 시운전 설비를 T-50을 운용하는 공군 비행단에 공급했으며, T-50을 도입한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도 설비를 수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엔진사업 현황과 중장기 전략을 설명하는 이광민 항공사업부장(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 뉴스1

◇쉬지 않고 움직이는 로봇·무인차량…GE도 감탄한 스마트 공장

마지막으로는 엔진부품 신공장을 찾았다. 신공장에는 무인운반차량(AGV)과 로봇 팔이 분주하게 움직일 뿐,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없었다. 직원이 입력한 대로 AGV가 창고에서 필요한 재료와 물품을 설비까지 운반하면, 로봇팔이 AGV가 가져온 부품을 설비에 투입해 가공이 이뤄지고 다시 AGV를 통해 부품은 후속 공정으로 옮겨졌다.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로 로봇이 수행하고, 직원은 검사 정도만 수행했다.

이런 자동화 덕분에 인력을 절감해 신공장에서 근무하는 전체 직원은 50명이고, 10여명만 근무한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신공장을 둘러본 GE 측에서도 '우리가 꿈꾸던 공장'이라고 한 바 있다"고 전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