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0곳 문닫는데"…주유소업계, 정부 '알뜰주유소 확대' 반발

정부 "수도권 등에 알뜰주유소 40곳 연내 추가"…고유가 부담 낮추기
석유유통·주유소協 공동성명…"존폐 기로 선 주유소 외면, 즉각 철회"

서울의 한 주유소 주유기에서 기름 한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2023.1.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정부가 알뜰주유소 확대를 추진하자 관련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영 악화로 매년 200곳 넘는 일반 주유소가 줄폐업하는 상황에, 시장 가격을 무시하는 저가의 알뜰주유소가 더 늘어나면 '기울어진 운동장'만 심화시킬 것이란 주장이다.

한국석유유통협회와 한국주유소협회는 19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경영난으로 휴폐업이 일상화된 1만여 일반주유소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석유유통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알뜰주유소 확대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내 수도권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국석유공사가 관리하는 자영 알뜰주유소 40여 곳을 추가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주유소보다 기름값이 싼 알뜰주유소를 늘려 고유가 부담을 낮추고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의 공동구매로 싼값에 기름을 받아 시세보다 저렴하게 유통하는 정부주도형 주유소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첫 도입 후 현재 전국 1만 954곳의 주유소 중 11.9%(1307곳), 판매량은 20.9%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과 대도시의 주유 수요에 비해 알뜰주유소가 부족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주유소 경영난만 더 심화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양 협회에 따르면 매년 200곳이 넘는 주유소가 폐업하고 500곳 이상은 휴업하고 있다. 석유공사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일반주유소는 1만 1959곳에서 9651곳으로 19.3%(2308곳) 감소했다.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의 대량 구매 덕분에 일반주유소보다 리터(L)당 60~100원 싼값에 기름을 공급받는 데다, 연간 3000만~4000만 원 상당의 세제·금융 지원까지 받고 있어 일반주유소는 가격 경쟁에서 대항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양 협회는 "고유가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따른 수요 감소,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 등 비용 증가, 알뜰주유소와의 가격경쟁 심화 등으로 주유소들은 '삼중고'를 겪는 상황"이라며 "알뜰주유소 확대는 석유유통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알뜰주유소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고유가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대응한 주유소 혁신 및 전·폐업 지원방안 같은 근본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석유유통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