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도 줄였는데 왜…K-배터리, LFP에 힘주는 이유
LG엔솔·삼성SDI·SK온 LFP배터리 개발 가속…소재기업도 LFP 양극재 양산 코앞
"고사양보단 싸고 안전해야" LFP 수요 '껑충'…"북미선 中 이긴다" 계산도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NCM·NCA 등 프리미엄 삼원계 제품에 주력했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보급형인 리튬인산철(LFP)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접근하지 못한 전고체·리튬황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당장 글로벌 시장 수요가 높아진 LFP배터리 공급에도 적극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지난달 중국 양극재 생산업체인 상주리원(常州锂源)과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배터리 양극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부터 5년간 LFP배터리용 양극재 약 16만톤을 공급받게 된다. 이는 400㎞ 이상 주행가능한 전기차 100만대분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 남경공장에서 ESS용 LFP배터리 생산을 시작했다. 전기차용 LFP배터리는 2025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삼성SDI(006400)와 SK온도 2026년을 LFP배터리 양산 시점으로 잡고 있다. 포스코퓨처엠(003670)은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해 LFP 양극재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은 올 연말 국내 최초로 LFP 양극재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LFP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고 저온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화재 위험도 적다. 정부는 LFP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는 보조금을 줄이는 정책으로 중국산 배터리·전기차를 견제하고 있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가격경쟁, ESS시장 확대로 LFP배터리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저가 경쟁'이 한창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중국 비야디(BYD)가 최근 소형전기차 '시걸'의 자국 내 최저가를 6만9800위안(약 1280만 원)으로 낮춘 것이 대표적이다. 전기차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도 가격 하향 압박을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삼원계 배터리로는 대처가 어렵다.
ESS시장이 LFP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ESS용 리튬이온전지(LiB) 출하량은 1885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LFP 기반 중국 기업들이 출하 실적 및 점유율 1~5위를 모두 꿰찼는데,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78%에 달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6위·5%)과 삼성SDI(7위·4%)의 합산 점유율은 2022년 14%에서 9%로 뒷걸음질했다.
세계 경제가 블록화한 점 역시 국내 기업들이 LFP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엿보는 대목이다. 중국 업체들이 '가성비'를 앞세워 LFP배터리 시장을 장악했지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대(對)중국 장벽이 둘러진 북미 시장에서는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다.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6일 "북미 시장 등을 고려하면 한국 배터리 회사들이 (중국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에너지 밀도보다는 가격과 안정성에 맞춰진 측면도 있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지난 7일 "시장 요구가 에너지 밀도가 그리 높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있어서 코발트프리(NMX)나 LFP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한국 업체들이 중국보다 LFP 개발에서 늦었다고 하지만, 기술적으로 다 준비가 됐고 양산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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