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거나 차례대로"…'형제의 난' 대처하는 그룹 승계공식 2가지
효성, 2개 지주로 나눠 장남·3남 각각 맡기로…범LG 등도 계열분리로 '아름다운 이별' 전통
GS·두산·고려아연 등은 사촌·형제간 차례로 그룹 이끌어…총수 약한 지배력은 단점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재계에서 오너 3·4세가 경영에 전면 등장하면서 계열분리 또는 형제경영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가 진행되고 있다. 경영권을 오너가의 장자 혹은 남자 형제 한 명에게 몰아주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툼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방식이다.
◇사이좋게 계열분리…핵심 계열사는 누구 품에
12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004800)그룹은 효성첨단소재(298050)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 홀딩스 USA, 효성토요타 등 6개사를 인적 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효성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한다. 오는 7월부터 ㈜효성과 신설 법인인 ㈜효성신설지주 2개의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된다.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오너 3세인 장남 조현준 회장과 3남 조현상 부회장이 그룹 전반을 이끌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존속회사인 ㈜효성을 맡고, 조현상 부회장이 신설 지주사를 이끌 계획이다.
남은 과제는 계열분리다. 계열분리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둘로 나눠 경영권을 승계하는 방식이다. 재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형제의 난'을 방지할 수 있고 분리 이후 책임경영 범위를 줄여 위기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범LG가도 계열분리를 택하고 있다. 가장 최근 LX그룹이 독립했다.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지난 2018년 별세하고 4세 구광모 대표가 회장에 오른 이후 LG-LX의 계열분리가 본격화됐다. LX그룹은 2021년 상사·하우시스·실리콘웍스·MMA와 독립했다.
3세 경영에 돌입한 세아그룹 역시 세아홀딩스(058650)(이태성 사장)와 세아제강지주(003030)(이주성 사장)의 2개 지주사 체제다. 이태성 사장과 이주성 사장은 사촌이다. 다만 지분관계상 당장은 계열분리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주성 사장은 세아홀딩스 17.95%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태성 사장은 세아제강지주 주식이 전혀 없다.
'아름다운 이별'이 가능한 계열분리이지만 리스크도 없진 않다. 재계 관계자는 "분리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를 두고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계열분리 이후 그동안 쌓아왔던 기업 가치가 분산될 수 있는 점도 단점"이라고 말했다.
◇ 1인 지배력 독주 없다…형제·사촌 수평 승계형제·사촌 간 차례대로 그룹을 맡는 기업도 다수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특정 1인이 완전한 지배력을 갖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 동의 없이는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없는 구조다.
GS(078930)그룹은 2019년 허창수 명예회장이 막냇동생인 허태수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허태수 회장의 ㈜GS 지분은 2.12%에 불과하다. 반면 개인 최대주주는 5.26%를 보유한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이다. 허 회장과 허 사장은 사촌 사이다.
두산(000150)그룹 역시 형제 경영을 펼치고 있다. 전 박용만 회장은 2016년 3세 경영의 마침표를 찍고 4세인 조카 박정원 회장에게 총수 자리를 넘겼다. 박정원 회장은 그룹의 장손인 고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박 회장의 지분은 7.6%로 개인 최대주주이지만 동생 박지원 부회장(5.5%)과 차이는 크지 않다.
고려아연(010130)도 형제 경영 구조로 3명의 명예회장을 두고 있다. 창업주의 장남 최창걸 명예회장에 이어 동생인 최창영·최창근 명예회장이 순서대로 기업을 이끌었다. 3세 경영에 진입하자 최창걸 명예회장의 차남 최윤범 회장이 먼저 고려아연을 이끌고 있다. 최윤범 회장의 고려아연 지분은 1.7%이지만 특별관계자 지분은 47.46%다.
형제경영의 단점은 총수의 약한 지배력이다. 재계 관계자는 "형제간 수평적 승계의 경우 회장의 미미한 개인 지분은 한계"라며 "가족 내부에서 편이 갈린다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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