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는 24시간 빛나는 3만8000개 북두칠성이 있다[금준혁의 온에어]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등화팀 최형석 차장
"사람이 해온 일, 자동화로 사고 방지하는 것이 항공등화의 목표"
- 금준혁 기자
(인천공항=뉴스1) 금준혁 기자 = "인천공항에는 제2공항인 김포공항의 7배 가까운 3만8000여개의 등화시설이 있습니다. 사람이 일일이 점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스템화해서 원격으로 감시하는 것이 항공등화팀입니다."
항공시설법이 규정하는 '항공등화'는 불빛, 색채 또는 형상을 이용해 항공기의 항행을 돕는 시설이다. 쉽게 말하면 항공기를 위한 신호등이자 교통표지판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최형석 차장은 2008년부터 항공등화팀에서만 17년을 근무하며 국토교통부 국책연구과제, 해외공항 현지교육 등을 맡아온 전문가다.
◇수백톤 넘는 비행기도 견디는 등화…인천공항 최고등급
항공등화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 본격적으로 운영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역할이 다르지 않지만, 시스템은 계속 발전했다.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무사히 이착륙하고 최종적으로 승객이 승하차하는 탑승동까지 안전하게 유도하는 것이 대목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데 인천공항 활주로 등급이 CAT3다. 1부터 3까지 있고 숫자가 커질수록 안 좋은 시정거리에서도 항공기가 이착륙이 가능하다. 3등급이면 갖춰야 하는 항공등화시설도 많다.
최 차장은 "공항마다 교통 상황, 항공 편수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시설이 필수는 아니지만 인천공항은 모든 활주로가 최고등급으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수백톤의 비행기가 밟는 극한의 상황을 견뎌야 하는 등이니 조건도 까다롭다. 최 차장은 "할로겐램프의 수명이 3000시간 정도인데 외부에 노출돼 있고 낮에는 최고인 5단계로 계속 켜기 때문에 약 7개월마다 교체된다"고 했다.
◇'초록빛만 따라가라' 세계 최초 도입
공항은 낮에 등을 끄고 밤에 일괄로 켜기 마련인데 인천공항은 매일 켜져 있고 개별 조정할 수도 있다. 최 차장은 "등마다 통신할 수 있는 통신 제어 장치가 하나씩 다 들어간다"며 "3만8000여개의 등에 각자 주소가 있어 1번부터 15번은 켜고 항공기가 지나가면 1번부터 3번은 끄는 제어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고도화는 인천공항이 2020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Follow the greens'(팔로더그린)으로 이어졌다. 항공등화시설을 통한 지상이동안내 및 통제시스템(A-SMGCS)에는 5개 등급이 있는데 인천공항은 레벨 4를 돌파했다.
최 차장은 "공항 관제의 알파 1 같은 용어를 쓰지 않고 시스템이 초록빛을 자동으로 띄우면 항공기는 경로를 따라간다"며 "팔로더그린이 24시간 운영되며 업무 부담은 늘었지만, 도입 후 항공기 오진입 건수가 80% 이상 줄었다"고 했다.
얼핏 보기엔 쉽지만, 최적의 경로를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해 해당 경로에 불을 켜야 한다. 최근 하네다 공항에서 일본항공(JAL) 여객기가 관제사와 조종사 간의 소통문제로 활주로에서 충돌한 사건처럼 사람이 직접 해왔던 일을 최대한 줄여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목적이다.
◇"카타르·독일 등 추격…9부 능선 넘은 한국 앞서가길"
앞으로의 목표는 A-SMGCS 최고등급 레벨 5이다. 내비게이션처럼 지도에 가야 할 경로를 보여주는 시스템을 기내에 탑재(온보드)시키는 진화한 팔로더그린이다. 레벨 4까지는 관제사에게 정보가 제공됐다면 레벨 5는 조종사에도 정보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최 차장은 "레벨 4인 공항도 전 세계적으로 많이 없지만 레벨 5는 아직 접근해 본 공항이 없다"며 "레벨 5의 온보드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선언적 문구는 있어도 구체적인 규정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시스템은 9부 능선을 넘었지만, 절차와 항공사들에 보급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한다. 최 차장은 "과거 팔로더그린을 도입할 때도 관제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이유로 근무자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도입 후에는 만족도가 높았다"며 "카타르나 독일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한국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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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오가는 공항, 하루하루가 생방송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비행기와 승객입니다. 이 수많은 '설렘'들을 무사히 실어나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항공사와 공항의 온갖 조연들이 움직입니다. 이들에게서 듣는 하늘 이야기, '온에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