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트먼 'AI칩 큰그림'에 반도체업계 촉각…삼성·SK '기회' 찾나
극심한 AI 반도체 공급난 배경…최대 7조달러 쏟아 탈엔비디아 추진
'파운드리·HBM'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협업 필요할 듯…"현실성 떨어져" 의견도
- 김재현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생성형 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AI 반도체 생산망 구축을 위해 약 9300조원에 달하는 투자비 조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13일 업계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자체 AI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위해 최대 7조 달러(약 9300조원)에 이르는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천문학적 자금 조달 규모다. 지난해 시장 전체 매출액은 5270억 달러(약 702조원)였다. 업계에서는 2030년쯤은 돼야 시장이 1조 달러(약 1328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트먼 CEO가 결단을 내린 건 극심한 고성능 반도체 공급난 때문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학습·운용을 위해서는 고성능 AI 반도체가 필수다. 현재 오픈AI뿐만 아니라 구글·아마존·메타 등도 자체 생성형 AI 개발에 나서면서 고성능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탈(脫)엔비디아의 필요성도 한몫했다.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오픈AI는 엔비디아에 맞설 고성능 AI 반도체를 직접 설계·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올트먼 CEO는 천문학적 자금 조달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측 '오일머니' 유치를 타진하는가 하면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을 보유한 일본 소프트뱅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 TSMC와도 얘기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 보도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수년 내 10여 개의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을 TSMC에 맡기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른바 '글로벌 AI 반도체 네트워크' 구상이다.
이 정도의 시장 재편에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역할이 중요해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올트먼 CEO는 지난달 삼성전자(005930) 평택캠퍼스를 둘러보고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사장을 두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올트먼 CEO는 방한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000660) 사장과도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점유율 1위(약 50%)이고, 삼성전자와 함께 HBM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HBM은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형태의 메모리로, 주로 엔비디아의 GPU에 장착돼 수행 능력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SK하이닉스가 TSMC에 HBM을 보내면 TSMC가 GPU에 HBM을 붙여 패키징한 뒤 엔비디아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첨단 공정이 가능하고 파운드리 시설도 갖추고 있어 대량 생산에도 적합하다는 강점이 있다. 현재 첨단 공정이 가능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 정도다. HBM 조달을 위해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필요하다.
문제는 현재 AI 반도체 시장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트먼의 행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현실과 미래를 적절히 고려하는 판단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투자 유치 금액과 최근 글로벌 행보 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사실상 걸음마 단계인 데다 미국 정부의 동의도 얻어야 하는 만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좀 더 중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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