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멈췄던 M&A 시계 '째깍'…이재용 픽 '제2의 하만' 어디

'무죄' 이재용 '사법 리스크' 덜어…대형 빅딜 가능성 시사
대들보 된 'JY 픽' 하만…반도체·6G·로봇 차기 M&A 후보군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4.1.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7년간 멈췄던 삼성전자(005930)의 대형 인수합병(M&A) 시계가 다시 움직일까. '사법 리스크'를 일부 덜어 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택할 '제2의 하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대형 M&A를 준비 중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기자간담회에서 "삼성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대형 M&A에 대한 계획이 올해 나올 것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대형 M&A는 2017년 전장·오디오 회사 하만과의 빅딜이 마지막이다. 당시 M&A는 이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만 인수 금액은 80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9조3400억원)였다.

하만은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첫 '1조 영업익' 시대를 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하만의 지난해 매출은 14조3900억원, 영업이익은 1조1700억원이다.

'제2의 하만'을 찾기 위한 기반은 마련됐다. '불법 승계 의혹'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검찰의 항소로 재판은 이어지지만 일단 혐의를 벗은 만큼 이 회장의 경영 행보나 판단에는 예전보다 제약이 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탄'도 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2조4200억원이다. 지난해 말 신사업 발굴을 위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한 점도 대형 M&A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관심은 빅딜 대상이다. 삼성전자의 시선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업체나 미래 시장을 선도할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력인 반도체 분야 기업과의 M&A 가능성이 있다. 총수의 사법리스크 속 빅딜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삼성전자의 위시리스트에는 반도체 설계 기업 ARM,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 시스템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등 반도체 분야 기업들이 꾸준히 올랐었다.

차세대 이동통신 관련 기업도 거론된다. 이 회장이 올해 첫 경영 행보를 삼성리서치에서 시작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삼성리서치는 '6세대(6G) 등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연구의 전초 기지'로 불린다.

6G는 초당 100기가비트(Gb) 이상, 최고 1테라비트(1Tb) 전송속도로 5G보다 50배 이상 전송 속도가 빠른 차세대 통신 기술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로봇, 확장현실(XR) 등을 일상생활에서 구현할 수 있게 하는 핵심 기반 기술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6G 등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선점 여부가 삼성의 미래는 물론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꾸준히 관심을 보이는 '로봇' 분야도 후보군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지분 14.99%를 사들이고 지분을 59.94%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매수청구권) 계약도 맺었다.

로봇은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이미 낙점된 상황이다. 이 회장은 "로봇 등 신사업 분야에 3년간 240조원을 투입해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I나 바이오,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해당 분야 기업들의 몸값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빅딜보다는 기술 개발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게 현실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2020년부터 매년 M&A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그동안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공격적 행보를 보이기 어려웠다"며 "검찰의 항소로 사법 리스크가 연장되긴 했지만 신성장동력 확보가 더 시급한 만큼 이 회장이 올해 M&A를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UAE 수도 아부다비로 출국하고 있다. 2024.2.6/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