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공세에 위기감 고조…동박업계, 하이엔드 들고 반격

SKC·롯데에너지머티, 작년 수요 감소로 일제히 실적 악화
"中과 가격 경쟁력 확보 어려워…고부가 판매 비중 확대"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배터리 소재 동박업계가 지난해 일제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전기차 산업의 성장 둔화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직격탄을 그대로 맞은 결과다. 앞으로 중국의 저가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하이엔드(고부가가치)와 해외 공장 전략으로 수익성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1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SKC(011790)의 매출은 1조5708억원으로 전년 대비 34.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16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중 세계 동박시장 1위인 이차전지소재(동박) 부문의 적자는 432억원이다.

동박은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에 불과한 두께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내외의 얇은 구리막이다. 이차전지(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를 씌우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국내 동박 업계 실적은 저조했다. 세계 동박 시장에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중국 업체의 공격적인 증설은 제품 가격 인하를 촉발했다. 전기차 산업 성장이 경기침체와 보조금 폐지 정책과 맞물려 둔화한 점도 실적을 깎아내렸다. 지난해 세계 동박 시장의 공급은 48만톤으로 수요(45만톤)를 웃돈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 실적 역시 부진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8090억원, 120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6% 줄었다. 솔루스첨단소재(336370)의 실적은 2년 연속 영업손실이다.

동박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사들이 재고 조절에 나서자 밸류체인에 포함된 소재사의 실적이 부진했다"며 "완성차 업계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산 저가 제품 사용을 선호했다"고 설명했다.

동박업계는 생존 전략으로 중국의 범용과 다른 하이엔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동박의 품질은 두께, 인장강도, 연신율(끊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비율)로 결정된다. 즉 얇고, 넓고, 긴 동박을 쉽게 찢어지지 않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하이엔드 동박은 기존 범용 제품과 달리 고강도, 고연신 특성을 지니고 있다.

SKC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가장 얇은 두께인 4㎛ 동박을 1.4m 광폭으로 양산했다. 4㎛는 머리카락 두께(약 120㎛)의 약 30분의 1 수준이다. 경쟁사보다 5년에서 8년 정도 앞선 기술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역시 하이엔드 동박을 고객사에 공급하고 매출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하이엔드 동박 판매량은 전년 대비 40% 늘었다. 올해도 40% 이상 성장을 목표로 내걸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관계자는 "배터리사들이 하이엔드 동박에 대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좋은 평가를 내놓고 있다"며 "고객사 수주를 본격화하는 오는 2025년부턴 큰 폭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전략 카드는 말레이시아 공장이다. 핵심 공정인 전기분해 특성상 전력비가 수익성을 좌우한다.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말레이시아 공장은 전력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인근 동남아 국가와 비교해도 70% 수준에 불과하다.

SKC는 기존 전북 정읍에 더해 지난해 말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 2018년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세웠다. 올해 7월 양산을 목표로 5·6공장 증설 투자를 진행 중이다.

김현태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공장은 전력비 부담으로 적자가 예상된다"며 "말레이시아 법인 수익성은 하이엔드 제품 확대와 증설 효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