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불발에 다시 '형님들' 소환…등판 거론 대기업은
매각 무산으로 허들 높아진 HMM 인수자격…늘어난 불확실성에 중견그룹 힘들듯
현대차·포스코에 한화도 거론…'정부 강경 태도가 대기업 인수 막아' 지적도
-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중견그룹만 뛰어들었던 HMM(011200) 매각작업이 무산되며 HMM 인수의 문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해운동맹 재편, 홍해사태 등 대외변수가 심화한 만큼 든든한 '큰형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을 전망이다.
7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하림그룹·JKL 컨소시엄을 HMM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협상을 진행했으나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가며 중견그룹인 동원, 하림, LX그룹이 HMM 매각에 뛰어든 시점부터 제기된 '대기업' 등판설에도 재차 힘이 실리게 됐다. 근본적으로 HMM 매각 작업이 논란에 시달렸던 이유도 중견그룹이 해운업을 감당할 만한 기초체력이 안 된다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그간 범(凡)현대가의 적통을 이어받았고 해운사 현대글로비스(086280)를 보유한 현대차(005380)그룹, 철광석부터 막대한 글로벌 화물 수요가 있는 포스코그룹이 자의와 무관하게 꾸준히 거론됐다. 하림그룹의 HMM 인수 무산으로 이들 기업이 재차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매각이 장기화되며 HMM을 둘러싼 대외환경이 요동치고 있다는 점에서 중견그룹이 HMM을 인수하기에는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5위 독일 하팍로이드가 HMM이 속한 디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한 후 내년 2월부터 세계 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새로운 해운동맹 '제미니 협력'을 창설할 계획을 밝혔다. 동맹 내에서 선복량이 가장 많고 유일한 유럽선사였던 하팍로이드의 이탈로 디얼라이언스는 세계 1위 선사 MSC 한곳보다도 점유율이 줄어들게 된다.
유럽과 아시아의 길목인 수에즈 운하를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 후티반군이 틀어쥐며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도 부담이다. 당장은 물류 대란으로 선박이 부족해지며 운임이 급등했지만 장기적인 흐름에서는 선박의 과다한 공급으로 수급 불균형이 악화될 예정인 만큼 단기간에 영향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본다.
최근에는 해운사 설립을 공식화한 한화그룹도 HMM의 새로운 인수후보로 등장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한화오션의 해운업 진출은 표면적으로 메탄올이나 암모니아선을 발주받으며 한화오션의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이번 유찰로 모든 입찰 매각 조건이 명확해지므로 입찰에 뛰어들 수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매각 과정에서 나타난 해진공과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의 강경한 태도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매각 이후 HMM의 경영 주도권을 두고 HMM의 중요성을 고려해 경영 감시가 필요하다는 매각 측과 과도한 경영 개입을 꺼리는 인수 측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문을 내며 HMM 인수를 포기했다.
매각 초기부터 지적이 나왔던 영구채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산은과 해진공은 현재 가지고 있는 주식 외에 잔여 영구채 1조68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매각 측의 지분은 32.8%, 인수 측의 지분은 38.9%로 큰 차이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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