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손잡고 욕심 부리다…"하림 HMM 인수불발, 당연"

산은·해진공, 하림그룹과 7주협상 끝에 HMM 매각 결렬 선언
해운업계 "안도"…하림 "실질적 경영권 담보 없었다" 반발

HMM 제공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011200)의 매각작업이 202일만에 원점으로 돌아왔다. 업계에서는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한 하림그룹의 매각 무산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7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하림그룹·JKL 컨소시엄을 HMM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협상을 진행했으나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매각 측은 지난해 12월18일부터 7주간 하림그룹과 HMM 매각을 위한 협상을 이어온 바 있다. 양측의 협상은 당초 지난달 23일까지였지만 난항을 겪으며 이달 6일로 한차례 연장됐다.

양측은 협상 기간 동안 매각 이후 HMM의 경영 주도권을 두고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최대 국적선사의 중요성을 고려해 경영 감시가 필요하다는 매각 측과 과도한 경영 개입을 꺼리는 인수 측 간의 의견차가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문을 내며 HMM 인수를 포기했다.

업계에서는 HMM 매각이 우선협상대상자 협상에서 마무리된 만큼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보면서도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림그룹은 인수자금 6조4000억원을 자회사인 팬오션(028670)의 최대 3조원 유상증자, JKL파트너스 지원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자기자본 비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해운업계 안팎으로 계속됐다. 하림그룹이 직접적으로 10조원에 달하는 HMM 유보금에 손을 대지 않더라도 HMM이 하림그룹 자회사인 팬오션의 벌크선을 인수하는 식으로 우회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불신을 표출했다.

하림그룹의 인수에 반발하는 양대노조의 전례없는 강경투쟁에 심각한 물류마비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 바 있다. HMM해원연합노동조합(해상노조)는 이날 2차 조정회의에 대해 결렬을 선언한 후 파업을 위한 쟁의권을 확보할 예정이었으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육상노조)도 항만에서 준법투쟁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전직 해운업계 고위 임원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HMM을 키울 능력이나 자신이 없는 회사가 HMM을 인수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하림의 인수에 대해 (HMM 직원들이) 걱정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같은 우려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 것이 매각 무산으로 이어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설령 하림이 인수했더라도 인수자금의 마련을 억지로 이행하기 때문에 인수 후에 HMM에 대한 투자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림그룹은 "하림그룹에 대해 부당한 비난과 허위 주장들이 일부 언론과 노조 등을 통해 제기되었지만 일일이 해명하거나 대응할 수 없었던 것 또한 비밀준수계약을 성실하게 지키기 위한 노력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지난 2016년 8월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산은의 자회사로 편입된 지 7년여만에 지난해 매물로 나온 HMM은 당분간 산은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지난 7월20일 매각 측의 주식 매각공고가 나온 지 202일 만이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