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사업 정리' 띄운 신동빈…롯데케미칼, 스페셜티 전환 '가속'
작년 화학군 계열사, 범용 중심 사업 구조로 실적 악화
구조조정 위해 中 사업 매각…전지·그린소재 등 고부가 사업 강화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계사업 정리와 신사업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그룹 내부에서 신사업으로 불리는 이차전지와 수소에너지를 맡고 있는 롯데케미칼(011170)의 역할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구조조정 차원에서 중국 법인 정리와 동시에 이차전지 사업에 필요한 인수합병을 마무리했다. 앞으로 추가 투자로 범용 중심 사업구조를 벗기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몇 년을 해도 잘되지 않는 사업은 타사에 부탁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바이오 테크놀로지와 메타버스, 수소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등 장래 성장할 것 같은 사업으로 교체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언급한 신사업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계열사는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2030년 스페셜티(고부가 소재)와 그린 사업에서만 매출 6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과 경쟁에서 밀리는 범용 중심 사업 구조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도 사업구조 변화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2022년 영업적자 7626억원에 이어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751억원을 내놨다.
지난해 중국 내 범용 제품 사업장을 모두 정리하고 체질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EO(에틸렌옥시드) 합작법인 롯데삼강케미칼(Lotte Sanjiang Chemical Co., Ltd) 처분에 이어 중국 자싱시 공장인 롯데케미칼자싱의 지분을 현지 파트너사에 모두 넘겼다. 롯데케미칼자싱은 시멘트와 세제 원료인 산화에틸렌유도체(EOA) 사업을 담당했다.
한계사업 추가 정리 가능성도 열려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8월 열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수익성이 낮고 전략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 국내외 사업을 정리하는 경영 합리화를 꾸준히 실행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의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도 변화는 필수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소재 동박 기업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품었다. 최근 몇 년간 롯데그룹 내 가장 큰 인수합병으로 꼽힌다.
문제는 인수금액 대비 실적 기여도가 저조하다는 점이다. 인수 직후부터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로 시너지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20억원에 불과하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해외 생산시설 확대와 고부가 제품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5, 6공장 증설 완료에 이어 스페인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56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 다른 연결 자회사 롯데정밀화학(004000) 실적 역시 부진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559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61.4% 줄었다. 그동안 실적을 키운 케미칼 사업의 부진 영향이 컸다. 앞으로 스페셜티 사업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1400억원을 투자해 증설한 헤셀로스(페인트용 첨가제) 공장이 이달 상업 생산에 돌입한다. 식의약용(의약용 캡슐 원료·식품용 첨가제) 증설에 790억원을 투자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범용성 석유화학 제품 공급과잉이 중국발 증설 물량 확대로 심화하고 있다"며 "롯데케미칼은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 확대 및 실적 가시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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