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방지 기술 개발 전인데…정부는 당장 내놔라"

한경협, '한시적 규제유예 과제' 59건 국조실에 건의
무인 선박 실험운항 필요한데 규제는 유인선박 기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층간소음 방지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2023.12.1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시행령·시행규칙이나 행정규칙(훈령·예규·고시) 단계에서 기업 경영에 애로를 초래하는 총 59건의 '한시적 규제유예 과제' 개선을 국무조정실에 건의했다고 29일 밝혔다.

한시적 규제유예는 기존 정책의 근간을 유지하되 상황 변화 등을 고려해 일정기간 규제를 중단・완화하는 제도다.

한경협이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규제 준수를 위한 기술이 개발되기 전 규제부터 도입하는 사례가 있었다.

일례로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층간소음이 사회문제가 되자 건설사가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보완시공을 의무화하고 기준 미달 시 준공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는 방안을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기업들은 강화된 기준을 충족시킬 공법이나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한경협은 상용화된 소음방지 보완기술이 없는데 준공 승인이 보류되면 업체들이 막대한 손해배상에 시달릴 수 있다면서 2년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술·산업 발전이나 산업 간 융·복합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도 있다.

조선사들은 선원 없이 원격제어로 선박을 운항할 수 있는 자율운항기술을 개발 중으로, 이를 위한 실험 운항이 필요하다. 하지만 도선사 탑승 등 기존 유인 선박에 적용되는 현행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 한경협은 이런 규제를 무인선박에도 적용하면 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영업범위나 사업 가능성을 축소하는 규제도 지적받았다. 현행법상 보험사는 '건강 유지·증진 또는 질병의 사전예방 등을 위해 수행하는 업무'를 영위하는 자회사를 설립·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은 영리 목적의 의료기관·의료인 소개·알선·유인 행위를 금지해 보험회사의 자회사가 고객에게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을 소개하는 행위는 의료법 위반 행위가 될 소지가 있다.

한경협은 의료법이 수요자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의 출현을 막을 우려가 있는 만큼 관련 규제의 개선을 건의했다.

한경협은 이외에도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의 자격요건(관련 경력 6년 이상) 적용 유예 △수출을 완료한 무기와 관련해 구매국 요청으로 정비용 수리부속을 공급할 경우 건별 수출허가 간소화 등을 건의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