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의 HMM 인수 여전히 시끌…"동네슈퍼가 백화점 인수한 꼴"
HMM 해운·육상노조, 국회서 매각 검증토론회 개최
노조 "결국 HMM 유보금 사용하게 될 것…파업·준법투쟁도 불사"
-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HMM은 자기통장 잔고만 가지고도 하림지주를 10개 살 수 있는 기업입니다. 동네슈퍼가 백화점을 인수하는 꼴인데 진행 자체가 모순적입니다."(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
HMM해원연합노동조합(해상노조)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육상노조)가 18일 국회에서 개최한 'HMM 매각 민영화 대국민 검증 토론회'에서 이같은 지적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을 좌장으로 전정근 해상노조 위원장, 이기호 육상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 정일환 영원NCS무역물류컨설팅 대표,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등이 참석했다.
전정근 위원장은 △인수자금 조달 및 상환 계획 불투명 △HMM 운영계획 부재 △하림그룹 계열사 지원 가능성 △해운 독과점 우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 훼손을 이유로 들어 하림그룹의 HMM(011200) 매각 작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기호 위원장은 "하림지주 계열사의 현황을 보면 지난 10월 기준으로 팬오션부터 스무개 회사의 총 장부가격이 2조3000억원밖에 안 되는 회사"라며 "팬오션이 역사적으로 25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내왔는데 인수금융 등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간 2600억원 정도의 이자비용을 지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실장도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선사들은 수십조원씩 투자하는데 HMM은 투자가 늦은 상황"이라며 "HMM을 키울 수 있는 기업에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게 훨씬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매각 시점에 대한 의구심도 이어졌다. 세계 6위의 글로벌 선사 에버그린 출신 정 대표는 "홍해 사태로 해운업황이 코로나19 시절이던 2022년으로 돌아갔다"며 "사태가 올해 말까지 간다면 2022년 이상으로 유보금이 늘 수 있는 시기인데 하림그룹에 매각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인수 측이 해운불황을 대비할 계획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준우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올해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2980만TEU로 2023년 대비 7% 증가한 수치인데 이는 장기불황에 빠졌던 2015년과 비슷한 수치"라며 "HMM의 유보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명확하게 공개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하림그룹이 경영권 확보 이후 팬오션과 합병을 통해 HMM의 유보금을 활용하거나 HMM의 유보금으로 팬오션의 자회사 혹은 선박을 매입하는 방식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노조는 추후 투쟁 계획에 대해서도 이날 밝혔다. 해양수산부에서 매각과 관련한 중간보고를 하면 내용에 따라 서울 상경 투쟁까지도 계획 중이다.
전 위원장은 "해운의 파업이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해본 것이 없어 어떤 파급력을 불러올지는 모른다"면서도 "과거 한진해운 파산으로 선박이 부산항에 입항을 못 해 떠돌았던 사례 등 화물에 걸려 있는 이해관계에서 오는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육상 노조는 임금협상과 단체 교섭이 합의돼 있기 때문에 파업이 아닌 준법투쟁에 나서는 것"이라며 "항만에서 요구하는 갖가지 규제를 철저히 지키면 선박 스케줄에 영향을 받을 것이고 같은 얼라이언스로부터 불만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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