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도 끝이 없다…사막 한가운데 현대차·기아 모하비주행시험장[르포]
여의도 2배 크기에 총 61㎞ 시험로…친환경·오프로드 코스 중심 변화
현대차·기아 미국 빅4 달성 원동력…"모빌리티 개발 전초기지"
- 이동희 기자
(캘리포니아 시티=뉴스1) 이동희 기자 =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중심가를 벗어나 모하비 사막으로 약 3시간 버스를 타고 달려 도착한 캘리포니아 시티(California City). 이곳에는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빅4 원동력인 '캘리포니아 주행시험장'(California Proving Ground·모하비주행시험장)이 있다. 여의도 2배 크기인 모하비주행시험장이 국내 언론에 공개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여의도 2배 크기의 주행시험장…"'사막' 특성 혹서 내구 시험 집중 진행"
이날 방문한 모하비주행시험장은 듣던 대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2005년 완공한 모하비주행시험장의 면적은 약 1770만㎡(약 535만평)로 국내 영암 F1 서킷의 9.5배, 서울 여의도 2배 면적으로 인공위성 사진으로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시설이다.
모하비주행시험장을 소개한 현대차·기아 미국 기술연구소(HATCI) 직원은 이곳 크기가 서울 서대문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 등 미국 에서 활약하는 일부 완성차 업체도 모하비주행시험장과 비슷한 크기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현대차·기아는 사막을 테스트 베이스캠프로 활용해 다른 업체보다 혹서 내구 시험을 집중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덥고 건조한 사막 기후는 물론 겨울철 포근한 날씨와 폭풍 시 몰아치는 눈과 비 등으로 사계절 내내 여러 조건에서 테스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모하비주행시험장 근처에 있는 '데스 밸리'(Death Valley)는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내구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모여드는 곳"이라며 "모하비시험장을 테스트 베이스캠프로 활용해 대규모 혹서 내구 시험을 집중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총 61㎞ 길이 12개 시험로…전기차·SUV 검증 시설 확대
모하비주행시험장은 고속주회로를 비롯해 범용시험장, 장등판시험로 등 총 12개의 시험로가 있고 이 길을 모두 연결하면 그 길이가 무려 61㎞에 달한다.
현대차·기아는 이곳에서 △승차감, 제동성능, 소음, 진동 등을 평가하는 '현지 적합성 시험' △차량전복, 제동거리, 사고회피속도 등 '북미 법규 시험' △다양한 노면상태에서의 차량상태를 평가하는 '내구 시험' △여러 부품이 혹서의 환경에서 파손되는 정도를 측정하는 ‘재료 환경 시험’ 등을 수행한다.
현대차·기아는 북미 자동차 시장 트렌드 변화에 맞춰 주된 성능 검증도 수시로 변경했다.
과거 내연기관차 위주 테스트에서 현재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요구하는 주행성능과 내구 수준을 검증하는 테스트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오프로드 주행 성능 테스트를 대폭 강화했다. 실제 이날 방문한 현장 곳곳에서 테스트 중인 전기차와 SUV 모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美 전기차 판매 성장 원동력…"모하비시험장 1만 마일=실제 도로 10만 마일"
이날 현장 프로그램은 크게 세 조로 나눠 모하비시험장 소개 및 설명, 버스 투어, 오프로드 및 전기차(EV)주행 등으로 나눠 진행했다.
현대차·기아 미국 기술연구소(HATCI) 소속 직원의 소개를 들은 이후 버스에 올라 장등판시험로를 먼저 찾았다.
장등판시험로는 2~12%의 완만한 경사가 길게 이어진 시험로로 국내 남양연구소에도 없고 오직 모하비주행시험장에만 있는 시설이다. 현대차·기아는 장등판시험로에서 전기차의 가속 성능과 고속도로주행보조(HDA) 기능을 중점적으로 시험한다.
고속주회로도 눈에 띄는 장소다. 10.3㎞의 타원형 3차로 트랙인 고속주회로는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 가장 큰 시험로로 미국의 고속도로를 모사해 길게 뻗은 도로다. 최고 시속 200㎞까지 주행하며 고속 주행 안정성과 동력성능, 풍절음, 노면마찰음 등을 평가한다. 4000바퀴 이상을 문제없이 달려야 통과할 수 있다.
내구시험로 역시 전기차 테스트에 필수 장소다. 차량 하부에 배터리가 장착되는 전기차 특성상 충격에 대한 내구성 테스트는 필수다. 현대차·기아는 16개 종류의 노면에서 내구시험을 진행해 차량 하부 내구성을 평가한다.
HATCI 관계자는 "내구시험로 평가는 1만 마일 정도만 주행해도 약 10만 마일을 주행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정도로 가혹하다"며 "이 평가는 현대차·기아 전기차의 내구성을 한층 극대화하는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 진행하는 전기차 특화 시험이 미국 전기차 시장 흥행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연간 9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GM과 포드를 제치고 미국 전기차 시장 2위를 차지했다. 1년 전보다 한 단계 오른 순위로 판매량은 전년 대비 63% 상승했다.
◇현대차·기아 SUV 산실…사막 환경 100% 활용한 오프로드 코스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 오프로드 시험로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SUV 열풍이 거세지면서 코스도 다양하게 확장했다. 초기 오프로드 시험로는 단 1개 코스에 불과했으나, 현재 7개 코스로 늘었다.
다양한 오프로드 시험 코스 중 눈길을 끈 곳은 'U'자 모양의 말발굽코스였다. 제네시스 GV70 사륜구동 차량이 20도 경사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침없이 주행했다.
짧게나마 오프로드 코스를 기아의 현지 맞춤형 SUV '텔루라이드'를 타고 직접 주행했다. 길 중간중간 움푹 파인 웅덩이 등 비포장 험로를 안정적으로 주파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현대차·기아는 약 1.2㎞ 길이의 다양한 경사 모랫길에서 SUV 차량의 구동력 제어 시스템(Traction Control System·TCS)을 검증한다. TCS는 타이어가 공회전하지 않도록 차량의 구동력을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둔덕을 넘거나 구덩이를 지나는 오프로드의 필수 기능이다.
재료환경시설은 부품이 태양광과 태양열에 얼마나 내구성을 갖는지 검증하는 곳이다. 범퍼와 헤드램프 등 외장부품은 물론 크래시패드 등 내장부품까지 더위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시험한다.
HATCI 윤영준 책임연구원은 "부품이 진열된 패널은 태양의 위치에 따라 움직이며 낮 동안 계속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본다"며 "다른 지역에서 변형 시험보다 최고 30배 빠르게 내구성을 검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기아, 맞춤형 R&D+현지 생산으로 시장 적기 대응…작년 美 빅4 첫 달성
현대차·기아는 모하비주행시험장을 통해 북미 현지 연구개발(R&D) 체계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지형에 최적화한 다양한 시험과 개발 기간 단축은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 조지아공장 등 현지 생산으로 이어져 빠르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결과, 미국 시장 판매량은 점차 늘었고 지난해는 처음으로 4위에 올랐다. 미국 판매량 확대는 글로벌 성장으로 이어졌다. 현대차·기아는 2010년 전 세계 판매량 5위를 기록한 이후 12년 만인 2022년 3위까지 상승했고, 지난해 역시 빅3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모하비주행시험장은 현대차·기아의 종합 R&D 컨트롤타워인 국내 남양연구소와 긴밀한 교류로 시너지를 냈고, 독일 뉘르부르크링 시험센터, 유럽 월드랠리 스포츠법인 설립 등으로 이어졌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모하비주행시험장은 현대차기아의 전 세계 시험장 가운데 가장 혹독하면서도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시험장"이라며 "앞으로도 고객의 니즈와 시장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글로벌 고객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는 모빌리티 개발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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