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문 수의사인데…조류인플루엔자 아니고 인공지능입니다"[펫피플]

[인터뷰] 오이세 동물병원 네트워크 코벳 대표

SK텔레콤은 25일 열린 서울수의임상컨퍼런스에서 AI기반 수의영상진단 보조서비스 ‘엑스칼리버’를 공개했다.(SK텔레콤 제공) 2022.9.25/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어떤 기자분이 요즘 동물 전염병 문제가 심각한데 AI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잘 모른다'고 했더니 'AI 전문 수의사 아니냐'고 하길래 저는 '다른 AI 전문'이라고 했죠(웃음)."

오이세 코벳(COVET) 대표는 AI 전문 수의사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AI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아니다. 인공지능이다.

흔히 수의사라고 하면 동물병원 임상 또는 방역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수의사들은 더 많은 분야에 포진해 있다. 사료, 의약품은 물론 오 대표와 같이 임상 발전을 위한 AI를 연구하는 수의사들도 적지 않다.

SKY동물메디컬센터 공동대표이기도 한 오 대표는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임상대학원에서 수의영상진단학 박사를 수료했다. 수의사가 된 이후 영상 전공을 살려 전문 진료를 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오이세 코벳 대표가 수의영상진단보조서비스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코벳 제공) ⓒ 뉴스1

◇ "치료하려면 정확한 진단 중요…엑스칼리버 도움"

오이세 대표는 12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질병 치료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이라고 말했다.

사람과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들은 아파도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물어보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엑스레이와 초음파,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등 의료장비가 동원된다.

하지만 장비를 활용해 사진과 영상을 찍어도 판독을 못하면 무용지물. 수의사라고 다 판독을 정확히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오 대표가 운영하는 인천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에도 최신 장비 뿐 아니라 영상 전문 수의사가 별도로 존재한다.

반려동물이 가족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난 10년간 동물병원 환경은 급변했다. 보호자들은 강아지, 고양이가 더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게 됐다. 수의계도 보호자의 니즈에 맞춰 발전하는 것이 필요했다.

오 대표는 "수의계 발전과 보호자들의 신뢰 향상을 위해서는 수의사 간 최신 정보와 기술 교류가 절실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동물병원 네트워크 '코벳'이다. 오 대표는 "코벳은 수의사의 전문 지식과 임상 경험에 최신 AI 기술을 더해 보호자들로부터 신뢰받는 동물병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설립한 코벳이 선보인 것은 엑스레이 사진 판독에 도움을 주는 AI 기반 수의영상진단보조서비스 엑스칼리버(X Caliber)다. SK텔레콤이 출시했다.

오 대표는 "국내 최초로 동물용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엑스칼리버를 출시 1년 만에 500여개 동물병원에 보급해 AI 기술을 진료에 접목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스카이동물메디컬그룹과 코벳은 나비야사랑해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코벳 제공) ⓒ 뉴스1

◇ 실습 세미나 제공 등 소통하며 의료 발전 기여

오이세 대표가 동물병원에 엑스칼리버를 보급하는 것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영상(사진) 판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신문물이 수의사의 진료에 도움이 되기 바라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낯선 서비스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 폐쇄적인 수의계의 특성상 처음 접하는 진단보조서비스 사용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그는 전국 수의사들을 만나 소통하는 방법을 택했다.

오 대표는 "서비스 특성상 동물병원에서 많이 사용해야 진료 케이스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토대로 정확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수의사들을 만나 엑스칼리버가 우리의 전문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진료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돕는 보조서비스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벳 설립 이후 엑스칼리버 서비스를 알리면서 수의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초음파 실습 세미나를 제공했다. 조만간 상설 세미나실도 개소해 정기 실습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동물병원협회, 그린벳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수의료 발전을 도모했다.

진료항목 표준화, 반려동물보험 활성화 등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 토론회, 농림축산식품부와 금융위원회 업무협약 현장 등도 찾아다녔다. 나비야사랑해 등 동물보호소 봉사활동을 하며 사회공헌도 잊지 않았다.

그는 현장을 다니며 특유의 입담과 친화력을 발휘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의견도 전달하며 소통했다.

오 대표의 뚝심 있는 행동은 수의사들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엑스칼리버를 사용하는 코벳의 동물병원은 어느덧 500개를 돌파했다. 그 사이 엑스칼리버는 호주, 싱가포르 등 해외 수출도 하게 됐고 진단범위도 강아지에서 고양이까지 확대됐다.

그는 "수의사나 보호자나 반려동물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물 전문가인 수의사들이 진료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앞으로도 AI, IoT(사물인터넷) 등을 비롯한 다양한 신기술을 병원에 도입해 동물의료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해피펫]

오이세 대표(코벳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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