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 우주항공청 날개 달고 K-우주산업 날아오른다

흩어진 업무 우주항공청에 통합…"전략적 산업 육성"
항우연, 기초기술 연구에 주력…민간기업 주도 산업화 가속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1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이 재석 266명 가운데 찬성 263표, 기권 3표로 가결되고 있다. 2024.1.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한국판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로 불리는 항공우주청을 설치하는 내용의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민간 우주산업이 도약할 계기가 마련됐다. 정책 집행과 예산편성 기능을 모두 갖춘 우주산업 컨트롤타워가 출범함에 따라 민간 기업들의 정책 예측 가능성이 커지고 그에 따른 연구·개발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9일) 오후 본회의에서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우주개발 진흥법 일부 개정안, 우주항공청을 중앙행정기관으로 설치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법안은 공포 후 4개월 후 시행돼 이르면 오는 5월 우주항공청이 출범할 전망이다.

우주항공청특별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 청장을 차관급으로 하는 우주항공청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분야에 대한 범부처 정책 수립, 산업 육성, 인력 양성, 국제 교류 등을 담당하게 된다. 인력은 300명 이내로 출범하고 인재 영입을 통해 지속해 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다.

우주항공 업계는 그간 우주항공 정책의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애로가 많았던 만큼 우주항공청 설립을 반기고 있다. 기존에는 △국무총리 직속 국가우주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7개 부처 △과기부 산하 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 그 외 기타 정부출연 연구소와 부처별 연구관리기관 등 많은 조직에서 업무가 중복됐다.

지난해 11월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는 조속한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호소문을 통해 "항공우주 분야를 총괄하는 전담 조직의 부재로 인해 각 부처가 기능을 분담해 수행하고 있어 정책 수립 및 예산집행, 연구개발, 국제협력, 산업 육성 등 여러 부분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직마다 담당자가 주기적으로 바뀌고 정책의 연속성이 없어 우주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며 "역량과 기술 발전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중장기적인 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주항공청이 필수"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 중심의 우주항공청이 국가 우주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정책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면 기업이 정부와 같이 나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우주산업 육성에 대한 투자도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처 간 장벽을 허물고 관련 부처의 협력을 조율할 수 있는 정부기관의 탄생에 큰 기대를 건다"며 "우주청의 지원을 통해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방 해상에서 우리 군이 한국형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3차 시험발사를 실시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시험발사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한국형 고체연료 발사체의 소형 인공위성 발사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제주도 중문으로부터 4㎞ 남쪽 해상에 설치된 바지선에서 진행됐으며 군이 쏘아 올린 발사체엔 한화시스템에서 개발한 지구관측용 소형 인공위성이 탑재됐다. 2023.12.4/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지금까지 우주개발을 주관하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우주항공청 산하의 기초·핵심 기술 위주의 연구·개발 전문기관으로 남는다. 항우연은 우주탐사 등 미래 핵심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산업화에 필요한 기술은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구조가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방위산업의 경우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신무기 개발에 전념하고, 민간 기업은 그 기술을 이전받아 무기체계를 생산한다. 이를 통해 기술력을 축적한 기업들은 자체 연구·개발도 진행해 경쟁력을 키운다. 호주에 수출하는 '레드백' 장갑차(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내 양산이 계획된 다목적무인차량(현대로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은 기업이 자체 개발한 사례다.

이미 우주산업에서 기업의 역할은 확대되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누리호)의 경우 항우연이 개발을 주도했지만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발사체는 체계종합기업이 설계 등 개발 단계에서부터 항우연과 공동 주관한다.

한화(000880)는 계열사의 우주사업 협의체인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했고 발사체 및 위성 제작, 위성 서비스, 우주 탐사 등 종합적인 우주사업을 영위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272210)이 자체 개발·제작한 '소형 SAR(합성개구레이다) 위성'이 지난해 12월 한국형 고체연료 발사체를 통해 성공적으로 발사됐고, 저궤도 위성 기반 우주 인터넷 서비스 공급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047810)도 지난해 12월 발사에 성공한 우리 군 최초의 정찰위성 본체 개발을 주관했고, 올해 발사되는 정찰위성 2호기부터는 자체 개발한 SAR 탑재체를 장착한다. 또 기존 중·대형 위성에서 초소형 위성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국내 최초 민간 우주센터를 건립하는 등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