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사 '필름사업' 中 저가공세에 애물단지로…"손떼야 산다"

코오롱인더 매각설 제기…"공장 가동 조정해 대응 중"
LG화학·SKC, 필름사업 정리 후 신성장 동력 투자 분주

코오롱인더스트리 여수공장(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화학업계가 과거 캐시카우 역할을 맡았던 필름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전방 산업 부진까지 겹치자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서다. 대신 사업 매각으로 얻는 자금을 중국 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는 이차전지와 반도체 소재 등 스페셜티(고부가가치)에 투자하고 있다.

9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이달 코오롱인더스트리(120110)의 필름 사업 매각설이 제기됐다.

필름은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등 각종 IT기기뿐 아니라 각종 생활용품의 포장재로 쓰인다.

과거 필름 사업은 화학업계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필름/전자재료 부문 역시 꾸준히 흑자를 냈다. 연도별 영업이익은 △2019년 231억원 △2020년 312억원 △2021년 217억원이다.

최근 들어 필름 사업은 부진에 빠졌다. 중국이 공격적인 증설로 저가의 물량을 쏟아내자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방 산업인 가전과 차량 수요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한풀 꺾인 점도 사업 부진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필름/전자재료 부문은 지난 2022년 2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은 177억원이다. 공장 가동률을 1년 전(79%)과 비교해 13.8%p 낮춘 65.2%로 조정했지만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필름 관련 사업에 대해 가동률 조정부터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미 몇몇 기업들은 필름 사업에서 손을 뗐다. LG화학(051910)은 지난해 9월 편광판과 편광판 생산에 필요한 소재 사업을 중국 기업에 총 1조982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편광판은 일정한 방향의 빛만 통과하는 얇은 필름이다.

SKC(011790)도 지난 2022년 모태사업과 다름없는 필름 사업을 1조6000억원에 정리했다. 효성화학(298000)은 지난해 대전 나일론 필름 생산라인 철수를 결정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필름 기술력은 최정상인 일본에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더해지자 더욱 설 자리를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화학사들은 필름 사업 매각으로 얻은 자금을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친환경 소재·신약이라는 3대 신성장 동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말 북미에 조단위를 투자하는 양극재 공장을 착공하고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C 역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반도체·이차전지 소재로 전환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역시 스페셜티 강화를 선언하고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달 2989억을 투자해 연산 7810톤 규모의 아라미드 증설을 완료했다.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는 강철 대비 강도는 5배 이상 높고 500도 이상의 고온에 견딜 수 있는 차세대 신소재다. 또한 약 220억원을 투자해 기존 1500톤 규모인 아라미드 펄프의 연산을 3000톤으로 늘리기로 했다. 아라미드 펄프는 아라미드 원사 절단 후 물리적 마찰을 가해 부스러기 형태로 만든 것을 말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현재 필름 사업을 유지하는 기업도 신규 투자보단 단순 유지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한계 사업을 정리하는 화학업계 분위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