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도 여기서 출국 도장 '꽝'…동·식물 수속 '앞과 뒤'[금준혁의 온에어]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 도상욱·정지훈 검역관
반려동물, 고기류, 과일·식물 모두 검역대상…"안보이는 해충도 잡아"
- 금준혁 기자
(인천공항=뉴스1) 금준혁 기자 = "푸바오 같은 야생동물은 검역이 따로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건강한 개체가 확인되면 개방조치를 합니다. 동물원 자체를 검역 시행장으로 지정해서 검역관들이 방문 검역을 하기도 합니다." (도상욱 검역관)
국내에서 최초로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로 많은 사랑을 받은 '용인 푸씨' 푸바오의 마지막 한달이 검역으로 인해 관람객에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소식이 나오며 아쉬움이 배가 되고 있다. 지난 2016년 특별기를 타고 입국한 푸바오의 부모 러바오와 아이바오처럼 푸바오도 출국을 준비하는 과정인데 이를 담당하는 기관이 바로 농림축산검역본부다.
◇사람도 출입국 절차 있듯…전염병 막는 것이 검역관 일
지난해 12월 인천공항 제2터미널 도착장의 검역소에서 도상욱 동물검역관, 정지훈 식물검역관을 만났다. 인천공항지역본부 휴대품검역2과 소속인 두 사람은 인천공항에서 입국하는 여행객이 반입하는 동식물을 검역한다.
사람이 공항에서 출입국 절차를 거치듯 동식물은 검역소를 거쳐야만 입국 혹은 출국할 수 있다. 사람처럼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관련 서류가 필요하다. 때론 직접 검역을 통해 가축전염병 또는 식물병해충의 유입을 막는다. 동식물검역관이 마약 관련 검역도 할 것이라는 오해가 있지만 이는 공항세관의 영역이다.
기본적으로 입국 전에 준비된 서류를 바탕으로 검역을 진행한다. 엑스레이를 거치며 위탁수하물에서 발견된 동식물이나 출국장에 상주하는 탐지요원과 탐지견이 적발한 동식물도 검역소로 인계된다. 여객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탐지견은 주로 비글종이 맡아 엑스레이에서 적발되지 않거나 여객이 몸에 지닌 검역대상을 찾아낸다.
◇"몰래 숨겨온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결국 검역관 손 거친다
여행객과 함께하는 반려동물, 수하물에 실은 고기류, 심지어는 햄버거 패티까지도 동물검역관의 손을 거쳐야 통과가 가능하다. 도 검역관은 "동물은 수출국으로부터 해당 동물이 건강하며 광견병에 걸리지 않은 개체임을 증명하는 동물검역증명서를 받아와야 한다"며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동물은 계류장으로 이동해 혈액검사를 진행해 항체 여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함께 딸려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병해충은 식물검역관의 타깃이다. 정 검역관은 "생과실 및 검역받지 않는 식물류에는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는 다양한 병해충이 존재하며 잠재적으로 우리나라 농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품목에 따라 현장에서 검출하는 것과 실험실에서 검역하는 것이 나뉜다"고 덧붙였다.
검역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반송 혹은 폐기가 원칙이다. 동물은 항공편이 정해질 때까지 격리시설에서 지내다 반송되고 식물은 수거해 일주일 후 소각하거나 수출국으로 반송된다. 모든 여객이 이를 순순히 따르는 것은 아니다. 정 검역관은 "신발이나 텀블러에 숨겨 몰래 가져오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오가는 동식물에는 푸바오같은 야생동물도 있다. 야생동물은 정해진 검역 일수가 다른데 지정기간 내에 서류검사, 역학조사, 임상검사 등을 거치고 필요에 따라 정밀검사도 진행된다고 한다.
◇검역관, 자격증 필요한 전문가…"동식물에 대한 애정 필수"
동물검역관은 수의학을 전공해 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수의사다. 식물검역관도 농업 직렬로 입사한 후 별도의 시험을 치러 검역관 자격증을 받아야하는 전문가다. 두사람은 자격증만큼이나 동식물에 대한 애정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도 검역관은 "동물에 애정이 있어야 수의학과를 선택하고 또 직업까지도 연결이 되는 것 같다"며 "수의사로서 갈 수 있는 공직을 찾다 보니 입사했다. 어떤 업무도 능숙히 해내는 검역관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 검역관은 "내 아이들이 잘 알아듣지 못해도 식물이나 곤충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려는 게 내 직업병"이라며 "어릴 때부터 식물이나 곤충에 관심이 많았는데 적성에 맞는 일을 하게 됐다"고 웃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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