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판단 아냐" 장녀 공격에…한국앤컴퍼니 "건강한 분 겁박"

"'사모펀드 지지' 조희경 이사장, 한정후견심판 취하 언급하며 지분 증여 종용"
MBK 공개매수 돌입 후 양측 지분경쟁 가열…조현범 측 48% 이상 '사실상 승기'

경기 성남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본사 모습. 2023.1.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이동희 기자 = 한국앤컴퍼니(000240)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장남과 사모펀드의 시도로 이른바 '형제의 난'이 재차 불거지면서 아버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건강' 문제가 다시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전날(19일) 입장문을 통해 남동생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을 '회사 가치를 훼손한 경영자', '문제 있는 오너가 일원'으로 직격하면서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지지 의사를 밝혔다. 조 이사장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0.81%를 보유하고 있다.

MBK는 지난 15일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상향하고, 공개매수 종료일도 24일에서 25일로 연장했다. MBK는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 차녀 조희원씨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1%도 안 되는 지분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회사의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공개매수에 뜻을 더한다"며 "저는 한 주라도 이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계속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지난 17일 입장문에서는 "최근 아버지(조양래 명예회장)의 행보도 본인 스스로의 판단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확신한다"며 "건강하지 않은 아버지를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명예회장이 최근 "평생 일군 회사를 사모펀드에 내줄 수 없다"며 지분을 재매수해 조현범 회장 경영권 방어 지원에 나선 것을 겨냥한 것이다.

조 이사장은 앞서 2020년 6월에도 조 명예회장이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을 차남 조현범 회장에게 블록딜 형태로 매각하며 후계구도를 명확히 하자 이를 두고 자발적 의사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며 한정후견 개시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조 이사장이 다시 조 명예회장의 건강 문제를 부각시키자 한국앤컴퍼니도 대응에 나섰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이날 "(조 이사장이) 한정후견개시심판청구를 무기로 건강한 아버지를 겁박하고 있다"며 "조희경씨는 조 명예회장에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 5%를 본인이 운영하는 재단에 증여해 주면 한정후견개시심판청구를 취하해 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명예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이 수천억원인데도 본인 돈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한 것이 거의 없다"고도 주장했다.

한국앤컴퍼니는 조 이사장이 운영하는 재단에 재산을 출연한 사람과 기부한 사람 역시 조 명예회장과 회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이사장이 재단 이사진을 교체하고 사익집단화했다며 향후 한국타이어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조현범 회장 측은 MBK와의 공개매수 대결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조 명예회장의 지분 취득과 한국타이어의 뿌리인 효성그룹 측이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조 회장 측 지분은 48%를 넘어섰다.

MBK는 조 명예회장과 조 회장 측 우호세력으로 보이는 hy의 매수가 공개매수 방해라고 주장하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분 20.35∼27.32%를 사들여야 한다. 이미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조 회장 측이 확보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공개매수 성공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매우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며 "사모펀드의 단기적인 이벤트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