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호주 다음은 美 본토…군사강국·최대시장 겨냥한 K-방산
LIG, '군견 로봇' 제작 美 기업 인수 추진…3150억 규모
한화, 軍 무인차량 성능시험…KAI, 전술입문기 사업 도전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국내 방산기업들이 세계 최대 미국 방산시장을 겨냥해 현지 기업을 인수하거나 미군 사업에 참가하는 등 방식으로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방산기업 무기로 주요 국군 전력을 꾸려온 과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제 동남아에 이어 폴란드, 호주 등 세계 각지로 무기 수출 영토를 넓히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국가이자 세계 최정상 수준의 글로벌 방산기업들이 즐비한 미국에 의미 있는 무기체계를 수출하는 데 성공하면 막대한 매출뿐 아니라 성능을 인정받아 다른 국가에 대한 수출도 수월해질 수 있다.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RDP-A)이 체결되면 우리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079550)은 지난 8일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로봇 개발 및 제조업체인 '고스트 로보틱스'(GRC)의 지분 60%를 315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LIG넥스원은 고스트 로보틱스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미국에 세운 특수목적법인인 LNGR(가칭)에 1877억원을 출자하고, 나머지 금액은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가 설립하는 사모펀드 등을 통해 조달한다.
최종 인수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지분취득 예정일은 내년 6월30일이지만 국내외 관련 기관의 승인 여부 및 시기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향후 인공지능(AI)과 유무인 복합체계, 로봇 등 첨단기술이 방위산업을 견인할 수 있다고 보고 미래성장 플랫폼 확보 및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멸했다.
고스트 로보틱스는 '로봇 개'로 불리는 4족보행 로봇 '비전60'을 생산하는 업체다. 비전 60은 감시, 정찰, 수색 등 군용 특화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플로리다주 틴달 공군기지, 네바다의 넬리스 공군기지 등에 배치됐다. 영국군도 10대를 도입한 바 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LIG넥스원은 천궁, 현궁 등으로 대표되는 정밀타격 분야가 매출액의 56%로 집중되어 있다"며 "이번 인수 추진 발표는 방산사업 확장의 미래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군의 현대화·첨단화는 무인화, 디지털화, 자동화를 바탕으로 이뤄지며 GRC 인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는 미군이 비전60을 시범 운용하는 수준이지만 향후 도입 물량이 늘어나면 미국 시장의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군의 운용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과 군사동맹을 체결한 나라들도 도입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자체 개발한 다목적무인차량 '아리온 스맷'에 대해 미국 국방부와 해외비교성능시험(FCT) 사업 계약을 체결했고, 이달 초부터 미국 하와이 해병대 훈련장에서 성능시험을 치르고 있다.
FCT는 미 국방부가 동맹국 방산기업의 우수 기술을 평가하고 미군이 추진하는 개발·획득 사업으로 연계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각국에 파견된 미 국방 무관들이 기술을 식별하고 미군이 심사를 진행, 10여개를 최종 선정한다. 시험평가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미 국방부가 관련 획득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아리온 스맷의 획득사업 추진 여부와 별개로 성능시험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미 국방부의 성능시험 자체가 무기체계의 신뢰도를 높여주는 요인"이라며 "이 점을 방산 전시회 등에서 마케팅 포인트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지난 9월 폴란드 방산전시회에서 다목적무인차량을 주력 상품으로 전시했고, 폴란드 군용 자동차 및 장갑기술연구소(WITPIS)와 '유무인 군용 무인차량(UGV)'과 관련한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항공우주산업(047810)(KAI)은 록히드마틴과 협업해 미 해군의 고등·전술훈련기, 공군 전술 훈련기 사업에 도전한다. 사업 규모는 총 500여대로 추산된다. FA-50이 미국에 진출하면 해외 고등훈련기 및 경전투기 시장에서 1300대 이상의 판매와 50% 이상의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FA-50이 미국 사업에 성공하면 생산 유발은 최소 25조6000억원에서 최대 44조원, 고용 창출은 사업 동안 최소 7만1000명에서 최대 12만30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이 국내 기업들이 미국 방산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가운데 방산 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하는 한미 간 국방상호조달협정(RDP-A)이 체결되면 미국 시장 진출의 장벽이 더 낮아질 수 있다.
미국과 RDP-A를 맺은 국가는 △미 국방부 조달사업 참여 시 '미국산 우선구매법'에 따라 부과되는 가격 페널티 적용 면제 △화학전 방호장비 및 특수 금속 관련품의 미국산 구매의무 면제 △국방조달시 제품·구성품에 대한 관세 등 세금 부과 면제 등 혜택을 받는다.
윤석열 정부는 RDP-A 체결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달 13일 서울에서 열린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방위산업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국방상호조달협정 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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