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시장 소중해"…글로벌 3대 반도체장비 회사, 눌러앉은 이유[르포]
램리서치 용인 오피스동 내년 7월 완공…"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요 고객"
한국서 생산한 장비 30~40% 수출…'KTC' 통해 삼성·SK와 협력 강화
- 강태우 기자
(용인=뉴스1) 강태우 기자 = 글로벌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한국 러시'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 3대 반도체 장비사 '램리서치'가 국내 투자를 가속한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대형 고객사가 있는 한국을 거점으로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28일 램리서치는 국내 첫 미디어데이를 열고 경기도 용인과 동탄에서 캠퍼스 투어를 실시했다. 램리서치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 최초로 한국에 △제조공장 △마케팅 및 세일즈 오피스 △물류센터 △고객지원센터 △트레이닝 센터 및 R&D 센터 등 모든 주요 사업부문 인프라를 운영 중이다.
현재는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용인 캠퍼스 내에 사무동을 짓고 있다. 건물이 다 지어지면 동탄 테크니컬 트레이닝 센터와 판교에 위치한 한국 본사가 모두 용인 캠퍼스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상원 램리서치 한국총괄 대표이사는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시장 규모가 1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한국은 D램 시장의 75%, 낸드의 55%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 시장"이라며 "용인 캠퍼스 이전을 계기로 한국 반도체 업계 파트너들과 더욱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램리서치가 국내 비즈니스 기반을 강화하며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데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대형 고객사와 긴밀한 협업으로 차세대 반도체 솔루션 개발을 가속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
이체수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 사장은 "제품 개발이나 로드맵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가 '한국 시장, 한국 고객은'이다"며 "그만큼 한국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전략적 시장으로 이곳(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계속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 설립된 램리서치는 증착, 에칭(식각), 웨이퍼 세척 등에 사용하는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회사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본사를 두고 있다.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일본 도쿄일렉트론(TEL)과 함께 3대 장비사로 꼽힌다.
1989년 램리서치코리아를 설립했으며 2011년에는 장비 국산화를 위해 제조를 담당하는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를 세웠다. 이후 장비 기술을 교육하는 램리서치 코리아 테크니컬 트레이닝센터(LTC, 2018년)와 램리서치 코리아 테크놀로지 센터(KTC, 2022년)를 오픈했다.
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에서 운영 중인 총 15개의 오피스와 사업장에는 약 150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특히 아시아에서 대만, 말레이시아, 한국(오산·용인·화성) 등 단 세 곳에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생산된 장비 가운데 30~40%가 수출된다. 한국이 생산거점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램리서치가 내세운 장비 국산화 목표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이날 램리서치의 클린룸이 있는 KTC에서는 하얀 방진복을 입은 R&D 인력들이 분주하게 장비 개발·테스트에 몰두하고 있었다. KTC는 지난해 4월 용인에 3만㎡ 규모로 문을 열었다. KTC는 아시아 최초의 램리서치 R&D센터로 지상 5층짜리 건물이다.
3층에 위치한 클린룸은 20개 구역(20 BAY)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공간에는 최첨단 식각 공정 반도체 장비 센스아이(Sense.i®)를 비롯한 증착, 계측 장비가 설치돼 있었다.
이 가운데 일부 구역에는 '2300e6' 글자가 적힌 하얀 벽이 쳐져 있었다. 개발 단계 제품들의 보안을 위해 흰 벽이 설치돼 있는데 2300e6는 최신 웨이퍼 운송 장치 플랫폼인 '2300e5'의 후속작이다.
이곳 KTC는 최첨단 기기들을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이다. 미국 본사의 랩과 전 세계 주요 연구센터들을 가상의 R&D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한다. 이를 통해 고객사와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개발 및 테스트 시간을 단축하고 생산성 또한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성락 램리서치코리아 부사장은 "KTC 설립 전에는 미국 본사로 웨이퍼를 보내 개발 및 테스트를 거쳐 다시 한국으로 가져오는 데만 3주 이상이 소요됐다"며 "하지만 KTC 설립 후엔 하루면 테스트가 가능해져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램리서치는 동탄 LTC에서 고객, 램리서치, 협력사 엔지니어의 기술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VR(가상현실) 수업, 대학생 장비 교육프로그램도 제공한다. 향후 인력 양성과 채용 역시 늘려나간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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