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에 '초거대 AI' 넣는다…더 영화 같아질 미래 전쟁 [미래on]
방사청, 무기체계 초거대 AI 적용 연구용역…국방AI 본격화
美 기업, 군사분야 생성AI 개발…전장 분석 후 대응 제시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육상·해상·공중에서 재래식 무기와 병력 주도로 진행되어 온 현대 전쟁과 달리 미래 전쟁은 우주·사이버 공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무인체계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접목되어 다양한 체계를 통합하는 네트워크 기반의 전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가 국방 분야에 적용될 가능성이 주목받는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처럼 종합적 추론을 할 수 있는 차세대 AI다. 국방 분야에 초거대 AI가 적용된다면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위성이 찍은 영상·사진의 분량이 적거나 선명하지 않더라도 적 기지의 위치를 찾아내고 적 전투기의 기종을 짚어내는 등 대응이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민간에서도 기업들이 AI를 적용한 무기체계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국방 분야의 초거대 AI 적용 방안 탐색을 시작했다.
30일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최근 '무기체계 적용 AI 개발을 위한 국방 분야 초거대 AI(파운데이션 모델) 적용 방안 연구' 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방사청은 연구 배경에 대해 "민간의 AI 개발은 챗-GPT 등장 이후 초거대 AI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AI 서비스가 등장 중"이라며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AI 개발 간 파운데이션 모델의 활용 가능성과 기존 방식 대비 이점을 확인하고, 실제 구축 방법과 적용 가능한 사업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는 'AI 기반 과학기술 강군 육성'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고, 국방부는 지난 5월 유동준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과 이승섭 KAIST 교수를 공동추진단장으로 하는 국방AI센터 추진단을 출범했다. 국방AI센터는 AI 사업 기획, 데이터·플랫폼 구축, 체계개발 및 신속 적용 등 임무를 수행하는 국방AI 분야의 총괄기관으로 내년 창설될 예정이다.
지난 8월에는 대전시·방위사업청이 '국방 AI 및 반도체 발전 포럼'을 열고 AI 기반 무기 체계 획득 프로세스 발전 방안 등을 논의했다. 조준현 방위사업청 방위사업미래혁신담당관은 "AI 기반 무기 체계 획득을 위해 단기적으로 무기체계 AI 개발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국방 분야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다른 국가들은 국방AI 개발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2018년 국방인공지능 전략서를 발표한 뒤 합동인공지능센터를 창설했고, 지난해에는 국방부의 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서비스, AI 전략 수립 등을 총괄하는 최고디지털인공지능국(CDAO)을 신설했다. 영국도 자율 무기, 군집 드론, 킬러 로봇 등 자율적으로 작동하고 지능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무기체계 도입에 초점을 두고 국방 AI를 개발 중이다.
이번 연구의 과업은 △파운데이션 모델이 적용 가능한 무기체계 AI 영역 식별 및 파운데이션 모델 활용의 경제성·효과성 분석 △파운데이션 모델의 국방 분야 구축·도입 방법별 경제성 분석 후 최적 방법 도출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AI 개발을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화 방안 등이다. 방사청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초거대 AI의 무기체계 적용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에서는 초거대 AI를 군사 부문에 접목한 기업이 등장했다. 미국의 빅데이터 전문 기업 팔란티어는 올해 4월 대규모 언어 모델을 사설 네트워크에 통합한 형태의 인공지능 플랫폼(AIP)을 출시했다. 팔란티어가 공개한 영상에는 동유럽 지역을 모니터링하는 군사 작전 요원이 적군을 발견하고, AIP가 리퍼 정찰 드론을 임무에 투입해 적군의 조직과 능력을 추정, 적절한 대응 방안을 제안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팔란티어는 올해 9월 미국 국방부와 2억5000만달러 규모의 AI 관련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국내 방산기업들도 AI 관련 연구개발이나 투자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2월 미국 록히드마틴 등과 함께 포르템 테크놀로지스에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방식으로 총 1780만달러(약 225억원)를 투자했다. 포르템 테크놀로지스는 AI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자체 개발 레이더로 불법 드론을 탐지한 뒤 자율주행 드론을 띄워 그물로 포획해 무력화하는 대 드론 방어시스템을 보유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이 개발한 다목적무인차량도 AI가 접목된 대표적인 무기체계다. 다목적무인차량은 원격조종 또는 자율주행으로 전장에서 수색, 감시정찰, 물자·환자 후송, 폭발물 처리 등 임무를 수행한다. 다목적무인차량의 자율주행은 카메라로 앞서 기동 중인 차량이나 인원을 자동으로 따라가는 '종속주행'이나 지정된 경로를 스스로 탐색해 기동하는 수준이다. 향후 차세대 AI가 적용되면 주변 환경을 인지해 수행할 임무에 적합하게 스스로 기동하는 완전 자율주행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LIG넥스원은 올해 1월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AI 공동연구실을 개소하고 무인수상정의 해상 장애물 탐지 AI 모델, 장애물 회피 기술 등 무인수상정 사업 내 필수적인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잠수함에 AI 기반의 지능화, 자동화된 임무지원시스템이 탑재되면 주로 단독작전을 수행하는 잠수함의 생존성과 전투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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