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생산·연구 동시에…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 준공

지하 2층~지상 7층 연면적 9만㎡…제조설비·체험 복합공간
AI·자동화 기술로 온라인 주문 다품종 생산…효율 극대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싱가포르 HMGICS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모습(현대차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인공지능(AI), 자동화 제조 등 미래차 첨단기술이 집약된 현대차그룹의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가 21일 준공됐다. 2025년 완공될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과 함께 향후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의 전동화 시대를 끌고 갈 두 축을 이루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 서부 주롱 혁신지구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이하 HMGICS)에서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21일 밝혔다.

◇현대차 미래 산실…정의선 "인류 발전 가져올 혁신 모빌리티 만들 것"

HMGICS는 현대차그룹이 △지능형·자동화 제조 플랫폼 기반 '기술 혁신' △다품종 유연 생산 시스템 중심 '제조 혁신' △고객 경험 기반 판매 모델 구축 등 '비즈니스 혁신'을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실증하는 테스트베드다.

이날 준공식에는 로렌스 웡 싱가포르 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양국의 정관계 주요 인사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등 경영진이 참석했다.

정의선 회장은 환영사에서 "싱가포르와 현대차그룹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공통의 혁신 DNA를 가지고 있고,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사람 중심의 신기술을 통해 혁신을 이루고자 한다"며 "HMGICS를 통해 인류의 발전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혁신적인 모빌리티 솔루션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개방적인 정책과 경제, 인재 등 싱가포르의 우수한 인프라를 활용해 연구개발(R&D), 제조, 비즈니스 등을 혁신하고 지속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HMGICS가 위치한 주롱 혁신지구는, 제조업 육성과 공정 전반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는 첨단 산업단지다. HMGICS는 주롱 혁신지구 내 약 4만4000㎡ 부지에 연면적 약 9만㎡,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건립됐다. 하나의 건물에 소규모 제조 설비, R&D 및 사무를 위한 업무 공간, 고객 체험 시설까지 갖춰진 복합 공간이다.

1층에 자동물류 시스템, 스마트 팜, 브랜드 체험 공간과 고객 차량 인도 공간이 자리하고 있으며, 2층과 4층에는 사무공간, 3층은 스마트 제조 시설과 고객 경험 공간으로 꾸며졌다. 5층 옥상에는 차량 시승 및 테스트를 위한 스카이트랙이 설치됐으며, 지하 1층과 지상 6~7층은 주차장으로 사용된다.

HMGICS는 올해 초부터 가동을 시작해 아이오닉5와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3만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다. 도심에 위치해 고객의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 정보통신기술(ICT), 로보틱스 등 첨단기술을 융합한 인간 중심의 제조 시스템을 바탕으로 다차종 소량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로봇이 셀(Cell)에서 아이오닉 5를 조립하는 모습(현대차 제공). ⓒ 뉴스1

◇셀 시스템으로 다품종 소량생산…가상공간서 공정 관리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주문에 최적화된 생산을 위해 각기 다른 모빌리티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유연 생산 방식인 셀(cell) 시스템을 HMGICS에 도입했다. 작업자와 생산 로봇이 타원형 모양의 셀 하나에서 다양한 차량 수요에 맞춰 모빌리티를 생산할 수 있고, 생산하는 차종이 많아져도 최적화된 알고리즘으로 생산 계획과 소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유연 생산을 위해 업무 영역에서 생성되는 모든 정보를 표준화해 관리하는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건물 전체에 5G 통신망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고 분석할 수 있다.

또 가상의 3차원 공간에 '디지털 트윈', 즉 쌍둥이 공장을 재현해 실제 공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시뮬레이션 및 제어할 수 있는 메타 팩토리를 구축해 공정 전반의 효율성을 끌어 올렸다. 이를 활용하면 실제 공정을 시범 가동하지 않고도 최적화된 가동률을 산정할 수 있고 물리적인 방문 없이도 제조와 물류 공정을 관리할 수 있다.

로봇과 사람의 유기적인 연결도 HMGICS의 특징이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작업자가 가상의 공간에서 지시를 내리면 부품, 차체, 조립 등 각각의 공정에 배치된 로봇들이 최적의 타이밍과 경로를 계산해 업무를 수행한다. 근로자는 반복적이고 무거운 작업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HMGICS에서 개발, 실증한 제조 플랫폼을 미국 조지아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한국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 등 글로벌 전기차 신공장에 단계적으로 도입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가상의 3차원 공간에서 디지털 트윈을 통해 공정을 관리하는 모습(현대차 제공). ⓒ 뉴스1

◇색상·옵션 등 온라인 주문받아 생산…스카이트랙서 시승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의 주문부터 인도까지 이어지는 고객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했다. 고객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트림, 색상, 옵션 등 사양을 적용해 차량을 주문하면 HMGICS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차량을 생산한다.

제조가 완료된 차량은 건물 옥상에 위치한 길이 620m의 스카이트랙으로 옮겨져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고 고객도 스카이트랙에서 시승을 경험할 수 있다.

HMGICS는 건물 일부에 투명 유리를 적용해 고객들이 바깥에서도 전시 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건물 3층에서는 고객들이 VR 투어를 통해 가상 공간에서 차량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고 투어 후 자동차가 생산되는 실제 스마트 팩토리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HMGICS 1층과 3층에는 로보틱스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미래형 농장 '스마트 팜'을 설치했다. 싱가포르는 농토의 비율이 1%에 불과해 식량의 90%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팜을 통해 싱가포르의 식량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기여한다는 목표다.

스카이트랙에서 아이오닉 5가 주행하는 모습(현대차 제공). ⓒ 뉴스1

현대차그룹은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제조 기술 및 생산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기업 연구소 프로그램 등을 통해 현지 생태계와 긴밀한 협업관계를 구축한다.

HMGICS는 난양이공대학(NTU) 및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산하 기술개발연구소인 과학기술청과 기술 개발 생태계 구축 MOU를 체결하고 싱가포르 최초로 대학, 정부, 기업이 합작한 연구소를 설립한다. 합작 연구소에서는 싱가포르의 우수 인재를 활용해 인공지능, 로보틱스, 메타버스 등 차세대 자율 생산 운영 체제에 대해 연구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경제인 연합회, 싱가포르 제조업 연합회와는 산업 생태계 구축 MOU를 체결했다.

한편 이날 현대차는 준공식에 앞서 싱가포르 물류 기업 PTCL과 '수소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협력 MOU'를 체결하고 싱가포르 수소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및 발전에 공동 협력하기로 했다. MOU를 통해 현대차는 싱가포르 수소생태계 관련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PTCL은 수소사업 관련 현지 코디네이터로서 현대차의 참여를 지원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 주롱도시공사와 함께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주롱 혁신지구의 발전 단계에 따른 미래 교통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모빌리티 솔루션을 도출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지난 2020년에는 싱가포르 국영 최대 전기 및 가스 배급 회사인 SP그룹과 싱가포르 전동화 생태계 구축 및 배터리 활용 신사업 발굴을 위한 협약을 맺고 전기차 보급, 충전 인프라 확대 등 전동화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