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안돼도 미래사업 발굴엔 지갑 연다…석화업계 R&D 18%↑
4대 화학사, 실적 부진 불구하고 3분기 누적 1.8조 쏟아부어
친환경 소재와 이차전지 영역 확대 등 신사업 집중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올해 국내 4대 석유화학사(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의 연구개발비 총액이 1년 전과 비교해 18% 늘었다. 시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에도 미래 먹거리 확보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수익성 낮은 범용 제품 틀을 벗고 이차전지 소재와 스페셜티(고부가가치)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미래 투자다.
16일 각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4대 화학사의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 총액은 1조797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217억원) 대비 18.1% 늘었다.
올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의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부진에 빠져 있다. 공장 가동을 줄이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하고 있지만 시황 회복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이다.
석유화학사들은 실적 부진에도 연구개발비만큼은 적극적으로 집행했다. 기존 수익성 낮은 범용 제품 대신 이차전지·친환경·스페셜티 등 신사업으로 확장하려는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 연구개발비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 축소라는 부담에도 미래 신사업 찾기가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LG화학(051910)은 CTO(최고기술경영자) 산하 조직으로 △미래기술연구소 △기반기술연구소 △분석연구소를 두고 있다. 이곳에서 전지소재·친환경 소재·글로벌 혁신 신약 등 신규 사업 영역을 발굴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는 1조4917억원으로 1년 전(1조2733억원) 대비 17% 늘었다. 특히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3.5%로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범용 제품을 공격적으로 증설하고 내재화를 강화하고 있다"며 "중국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스페셜티 개발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케미칼(011170)은 대전 종합기술원에서 연구개발을 총괄한다. 또한 서울 마곡에 이노베이션센터 조직을 별도로 두고 수소에너지, 전지 소재, 탄소중립, 바이오 등 다양한 신사업 연구를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의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는 881억원으로 전년 동기(726억원) 대비 21.3% 늘었다. 올해 3분기에 흑자전환을 이뤄내고 반등을 시도하는 동시에 미래 사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009830)과 금호석유화학(011780) 연구개발비는 1735억원, 444억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25.8%, 17.1% 늘었다. 한화솔루션은 3분기에 PVC(폴리염화비닐) 반응기 대형화 상업화에 성공했고, ECH(에피클로로하이드린) 생산을 위한 친환경 상업 공정을 개발 중이다. 금호석유화학도 주력 제품인 NB라텍스 활용도 다양화와 친환경 제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 다른 화학업계 관계자는 "초기 연구개발 비용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신사업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며 "일단 제품화에 성공한다면 미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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