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배 속 채우는 화물사업부…왜 여직원이 많을까[금준혁의 온에어]

미국 메가캐리어 델타항공 카고 고희정 차장
"미세한 차이도 비행기 사고로 이어져…꼼꼼함 요구되는 업무"

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오가는 공항, 하루하루가 생방송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비행기와 승객입니다. 이 수많은 '설렘'들을 무사히 실어나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항공사와 공항의 온갖 조연들이 움직입니다. 이들에게서 듣는 하늘 이야기, '온에어'입니다.

고희정 차장(델타항공 제공)

(인천공항=뉴스1) 금준혁 기자 = "비행기가 사고 없이 이착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 당연한 걸 하기 위해 저희는 강박적으로 일합니다."

델타항공 카고에서 항공화물 업무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고희정 차장의 말이다. 고 차장은 "화물의 무게나 온도에 따라서도 이착륙 시 날개 각도가 미세하게 조정되는데 조금만 수치를 틀리게 입력해도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델타항공은 인천~미국 시애틀·디트로이트·미네아폴리스·애틀랜타 직항편을 매일 띄운다. 전용 화물기를 띄우지 않기 때문에 항공기의 하부 공간을 뜻하는 로어덱(lower deck)에 승객의 짐과 항공화물을 함께 싣는다. 화물만 싣는 전용 화물기와 달리 300여명의 승객도 함께 태우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부담도 그만큼 큰 셈이다.

◇"항공화물 일반적인 물류와 달라…용어부터 절차까지 제각각"

미국의 '빅3' 항공사 중 하나인 델타항공은 남극을 제외한 6개 대륙을 1000대에 가까운 항공기로 연결하는 세계적인 메가캐리어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했고 한국을 아시아·태평양의 헤드쿼터로 운영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 같은 항공사의 인지도에도 '카고'라는 분야는 생소하다. 고 차장은 물류 업계에서 일하다 2019년 델타항공 카고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그는 "항공화물에 대해 알아본 적도 없고 직무에 대해 알고 들어온 것도 아니었다"며 "막상 들어와 보니 일반 물류와는 차이가 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고 기억했다.

항공화물의 실무자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천차만별인 절차다. 고 차장은 "항공화물에서 자체적으로 쓰는 용어도 생소한데 여객이랑 수속 절차가 완전히 다르고 항공사, 나라마다 규정도 다르다"며 "한국과 미국세관의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수출의 경우 하루 4회 비행기가 뜨면 8번의 마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희정 차장(델타항공 제공)

◇반도체·K-POP 굿즈·의약품에 유해까지…카고 직원의 하루

여객기의 하부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은 10톤 정도로, 하루 평균 나가는 물량은 40톤 내외다. 델타항공이 주로 다루는 화물은 국내 대기업의 자동차부품,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관련돼 있다. 여기에 이커머스 물량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고 차장은 "미중 갈등으로 양국 직항편이 줄자 인천을 거쳐 양국을 오가는 화물이 늘었다"며 "블랙 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커머스 물량도 많이 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K-POP'도 한국의 대표 화물 중 하나다. 고 차장은 "한국 아이돌의 굿즈나 앨범이 몇백㎏씩 정기적으로 나간다"며 "어떤 연예기획사의 물건이 많이 나가는지를 보면 그 회사의 해외 인기도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의약품 수출도 많았다. 델타항공은 미국 항공사 중 처음으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의약품 항공운송 인증을 받았다. 고 차장은 "한국에서 만든 코로나19 진단키트가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 수출 물량이 많았다"고 했다.

전세계에 군을 파견하는 미국의 항공사다보니 관련한 물품이나 유해를 싣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고 차장은 "처음에는 항공화물은 다 수출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왜 유해를 싣는지 몰랐다"며 "파병 중인 미군이나 자국민 여행객 중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 가족에게 돌려보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고희정 차장(델타항공 제공)

◇항공화물은 거칠다?…"가장 중요한 것은 꼼꼼함"

화물 분야라고 하면 거칠고 남성 직원이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을 법하지만, 델타항공 카고는 여성 직원이 주를 이룬다. 오히려 카고에서 중요한 것은 세심함과 꼼꼼함이라고 한다.

고 차장은 "시스템을 통해 화물을 항공기 내에서 어디에 배치할지가 자동으로 계산되지만 수치는 사람이 일일이 기재해야 한다"며 "꼼꼼함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희는 여성 직원으로 구성돼 있고 서로의 작업을 2중, 3중으로 크로스체크를 한다"고 말했다.

공보다는 한 번의 실수가 훨씬 크게 보이는 일이다. 그럼에도 평소에도 말수가 없는 고 차장은 '말이 없는' 화물이 좋다고 한다. 그는 "근무를 하다 보면 무전으로 여객이 어떻게 일하는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며 "워낙 조용하고 사람을 상대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성격이라 화물에서 근무하는 것에 만족한다"고 웃었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