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지체상금' 걸림돌 치운 K-방산…비상 위한 과제는

[K방산 세계로]㊦ 지체상금 감면으로 R&D 활성화 전망
절충교역 활성화·RDP-MOU 등 글로벌 시장 진입 과제

지난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열린 ‘국방기자단 초청, 국정과제 성과 확인 및 현장 소통을 위한 방위사업청장 방산 현장 방문’에서 KF-21이 격납고를 나오고 있다. 2023.5.1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위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국내 방위사업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어 온 지체상금 문제가 해소될 길이 열렸다. 방위사업청은 그간 무기 신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납기가 지연되면 기계적으로 지체상금을 부과해 왔는데, 지체상금을 감면하거나 계약을 변경할 수 있는 근거를 규정한 것이다.

업계의 숙원이 해결되면서 다양한 무기체계 개발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2027년 세계 방산수출 4대 강국 도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절충교역의 적극적인 활용, 미국과 조속한 상호국방조달협정(RDP MOU) 체결 등 과제가 남았다는 분석이다.

◇해묵은 지체상금 문제 해결…K-방산 도약 발판

이달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위사업법 개정안은 첨단 무기체계 연구개발(R&D) 등 방위사업계약의 특성을 반영해 '고도의 기술이 포함된 연구개발을 성실하게 수행한 경우' 지체상금을 감면하거나 계약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체상금은 방산업체들이 납기일을 지키도록 해 군의 전력 누수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부과하는 벌금이다. 규정상 지연 일수 1일당 계약금의 0.075%가 부과되는데 방사청은 자체적으로 지체상금을 감면하면 추후 감사 등에서 문제가 될 수 있어 기계적으로 지체상금을 부과하고, 업체들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방산업체들에 부과된 지체상금은 총 33건, 액수는 1조413억원에 달했다.

이에 방산업계는 오랜 기간 지체상금 문제 해소를 요청해왔고 지난해 국회와 정부부처, 방산업계가 머리를 맞대면서 개정이 급물살을 탔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7년 방산 수출 점유율 5%를 달성해 4대 수출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그에 따라 정부 부처도 방위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기로 하면서 속도감 있는 법 개정이 가능했다.

아울러 개정안은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이전에 계약상대자가 체결한 다른 계약의 경우 착·중도금 지급 △미래도전기술, 신기술 등을 계약목적물에 적용하는 경우 낙찰자 결정 시 가산점 부여 △생명·안전과 직결된 군수품은 가격이 아닌 품질·성능 위주의 낙찰 근거 마련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의 도전적인 무기체계 연구개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4대 수출강국 도약하려면…"절충교역 적극 나서야"

국내 방위산업이 2027년 수출 4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제들이 더 남았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절충교역 활성화를 첫손에 꼽았다. 절충교역은 구매국(buyer)이 판매국 또는 판매업체에게 무기구매의 전제조건으로 기술이전, 부품 역수출, 창정비 능력 확보 등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교역을 의미한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지난 40년(1983~2022년)간 약 232억 달러의 절충교역 가치를 획득한 것으로 집계됐다. 체계 자체 개발을 위한 기술 획득이 전체의 46.0%(106억7000만 달러)를 차지했다. 대표 수출상품으로 자리잡은 T-50 고등훈련기의 설계기술은 F-16 전투기를 도입하는 KFP 사업을 추진하면서 절충교역으로 제너럴 다이내믹스(현 록히드 마틴)로부터 획득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절충교역을 통한 가치확보는 급감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해외무기 수입액 중 절충교역 가치는 79억9000만 달러에 달했지만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8억달러에 그쳤다. 방위사업청이 2018년 감사원의 절충교역 감사 결과에 따라 절충교역 추진에서 '의무'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방위사업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절충교역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우리나라 무기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의 대외군사판매(FMS) 사업에 대해 절충교역을 하지 않은 영향이 크다. 일례로 방위사업청은 올해 약 3조75000억원을 들여 F-35A 전투기 20대를 추가 도입하기로 하면서 당초 기술 이전·장비 제공 등 혜택을 받는 절충교역을 검토했으나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장 연구위원은 현행 사업별 절충교역 추진방식을 '사전가치축적' 방식으로 전면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전가치축적은 구매국이 우리 정부·기업과 협력한 실적(부품제작·수출, 공동개발 등)을 절충교역 가치로 축적해 두었다가 향후 수주한 사업에서 의무를 이행할 때 자유롭게 사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장 연구위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한국은 사전가치축적을 보완적 역할로 사용하는데, 주요국은 사전가치축적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정말 필요한 기술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협상하기도 한다"며 "절충교역에 수동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尹 정부 국정과제 'RDP MOU'…글로벌 시장 진출 조건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MOU)의 조속한 체결도 시장 확대를 위한 과제로 꼽힌다. 미국과 RDP-MOU를 맺은 나라는 △미 국방부 조달사업 참여 시 '미국산 우선구매법'에 따라 부과되는 가격 페널티 적용 면제 △화학전 방호장비 및 특수 금속 관련품의 미국산 구매의무가 면제돼 자국 기업의 입찰 참여 가능 △국방조달에서 제품·구성품에 대한 관세 등 세금 부과 면제 등 혜택을 받는다.

장 연구위원은 "그간 방위산업을 보호하면서 육성해왔지만 이제 규모도 성장하고 기업들이 자체 개발도 하면서 내부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것이 산업의 최종 단계라고 할 때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 시장에 진출해야 하고, 그러려면 RDP MOU가 체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해군의 고등훈련기 교체사업(UJTS) 및 전술훈련기 교체사업(TSA), 미국 공군의 고등전술훈련기 교체 사업(ATT)은 이르면 내년부터 시작하는데 그 규모만 수십조원에 달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047810·KAI)은 FA-50을 내세워 참가할 준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RDP-MOU 체결을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현재 미 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국내 일부 방산기업들을 중심으로 RDP-MOU를 체결하면 국내 시장 개방에 따른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장 연구위원은 "RDP-MOU를 통해 미국과 전략적 동맹을 강화할 수 있고. 세계 4대 수출 강국을 목표로 하면서 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글로벌 중심으로 가지 못하고 변방 틈새 시장을 노릴 수밖에 없다"면서 "한미 FTA의 경우 쌀 등을 늦게 개방하지 않나. 일부 방산기업의 어려움은 이렇게 유예를 준다든지 협상을 통해 대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