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에 세계가 반했다…"성능·가격·납기 '언빌리버블'"
[K방산 세계로]㊤러-우 전쟁에 안보위협 고조…무기수요 급증
최고 가성비에 빠른 납기…현지 맞춤형 개발·생산까지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수출 규모는 2020년 30억달러에서 2021년 72억5000만달러, 2022년 170억달러로 급성장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세계적으로 전차, 자주포 등 재래식 무기에 대한 수요가 늘었지만, 국내 방위산업이 방산 강국들의 무기체계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실전 성능과 경쟁력 있는 가격, 뛰어난 생산능력에 따른 빠른 납기까지 '3박자'를 갖춰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폴란드 정부는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과 △FA-50 경공격기 48대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48문 △천무 다연장로켓 288문 등 총 124억달러 규모의 무기수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이같은 대형 계약에 주요 외신들은 저마다 국내 방위산업의 활약을 진단했다.
◇러-우 전쟁에 무기수요 증가 …기회 잡은 준비된 K-방산
폴란드를 비롯해 최근 세계 시장에서 국산 무기를 주목하는 가장 큰 배경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안보 위협이 꼽힌다. 폴란드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느꼈고, 우크라이나에 대해 자국군이 사용하던 전차, 자주포 등을 대량 지원하면서 발생한 전력 공백을 메울 필요성이 생겼다.
다만 유럽의 대표적인 무기 수출국인 독일이나 프랑스는 오랜 기간 군비를 축소해오면서 재래식 무기 체계의 생산 규모를 줄였고, 최대 무기 생산국인 미국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따른 자국 재고의 보충과 기존 발주 물량 등으로 신속한 납품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폴란드는 빠른 생산 능력, 검증된 성능, 적정한 가격을 갖춘 한국산 무기에 주목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수출 급증의 주요 원인은 글로벌 안보환경 급변에 따른 군비증강 가속화 추세 속에서 무기 구매국들의 다양한 요구수준을 발빠르게 충족시킬 수 있는 국내 방위산업의 축적된 경쟁력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폴란드 정부가 구매한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은 이미 우리 군에서 장기간 운용되면서 성능 검증을 마쳤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도 여러 나라에 수출되어 경쟁력을 입증받았다. 성능은 미국, 독일 등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가격 면에서는 상당히 저렴하다.
◇긴급수요 충족하는 생산력 …폴란드 대통령도 '매우 만족'
신속한 납기 충족 요구에 부응하는 점도 한국산 무기가 주목받는 요인이다. 폴란드 정부와 FA-50 48대 수출계약을 체결한 한국항공우주산업(047810·KAI)은 폴란드의 긴급한 수요에 대응해 우리 공군의 TA-50 전술입문훈련기 블록2를 수출 사양에 맞춰 변경한 'FA-50GF'(Gap Filler) 12대를 연내 우선 납품하고, 2025년부터 2028년까지는 폴란드 측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FA-50PL 기종 36대를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GF는 폴란드 노후 전투기의 신속한 교체와 신형 전투기 조기 전력화를 위해 전력공백 간격을 메운다는 의미다.
FA-50GF 1,2호기는 약속한 기한보다도 빠른 지난 7월 출고됐고, 그다음 달 폴란드 국군의날 행사에서 첫 비행에 성공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에 마련된 KAI 부스를 방문해 "KAI의 빠른 납품에 따른 폴란드 공군 조기전력화에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다.
K2 전차와 K9 자주포 역시 폴란드의 요청으로 이례적으로 빠르게 인도됐다. K2 전차 10대와 K9 자주포 24문 등 첫 수출 물량은 1차 실행계약 체결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초 폴란드에 도착했다. 두다 대통령은 환영식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적의 침공을 방어하기 위해 군이 이런 현대화 장비를 갖추는 것은 필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신속한 무기 인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입국 요구에 맞춤개발…현지 기업과 적극 협력장 연구위원은 한국의 충실한 기술이전과 현지생산 등 수출절충교역 제공 능력도 한국 방산의 경쟁력으로 지목했다. 국제 무기거래에서는 구매국이 무기 구매의 전제조건으로 △기술 이전 △현지 생산 △자국 방산업체 부품 사용 등 다양한 절충교역을 요구하는데 한국이 이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호주의 차세대 보병장갑차(IFV) 도입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레드백'도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육군의 요구 성능에 맞춰 K-21 보병전투차량을 기반으로 레드백을 설계·개발했으며, 레드백이라는 이름도 호주 지역에서 서식하는 붉은배과부거미(redback spider)에서 따왔다.
레드백은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건설 중인 H-ACE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호주 국방부는 레드백 도입을 발표하면서 수백개의 직접 일자리와 1000개 이상의 간접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호주 지역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7년 인도에 K9 자주포 100문을 수출할 때도 인도 기업 라센앤토브로(L&T)와 협력해 인도 현지생산을 진행했고, 현재 진행 중인 인도 육군의 신형 자주 대공포 미사일체계(SPAD-GMS) 사업에도 다시 한번 라세앤토브로와 손잡고 '비호복합 K30'을 내세워 도전하고 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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